기업이여, ‘소비자’아닌 ‘사용자’ 주목하라

유저 에런 / 샤피로 지음, 박세연 옮김 / 민음사

#1. 이 책의 저자이자 디지털 마케팅 컨설팅업체 휴즈의 최고경영자인 에런 샤피로는 그의 부인에게 탄산수를 직접 만들어 마실 수 있는 기계를 사주기로 했다. 그의 부인은 탄산수를 끔찍이도 좋아한다.

그는 미국 뉴욕 맨해튼의 주방용품 전문매장에서 탄산수 제조기 소다스트림 제네시스를 발견했다. 가격은 콜라 150병으로 냉장고를 가득 채우고도 남을 150달러. 그는 즉석에서 아이폰을 꺼내 바코드 검색 애플리케이션(응용프로그램)인 레드레이저를 실행했다. 바코드에는 다른 인터넷 매장에서 얼마에 팔리고 있는지가 즉각 떴다.

빙고! 똑같은 기계가 무려 50달러나 쌌다. 임대료가 엄청나게 비싼 맨해튼 매장 한복판에서 그는 모바일 브라우저를 실행해 한 인터넷 주방용품 판매 사이트로 들어가 이 제품을 주문하고 말았다.

#2. 한 유통업체에 근무하는 친구는 페이스북이 스트레스의 대상이다. 남들이 수다를 떨며 스트레스를 푸는 이 공간에서 그는 소비자 트렌드를 분석하느라 때론 밤을 새우면서 집요하게 매달리고 있다.

이 친구의 말에 따르면 기업들은 페이스북 사용자들이 친구들과 무심코 나누는 얘기를 파악하느라 심혈을 기울인다. 이 속에 사용자의 취향은 물론 신상에 대한 세밀한 정보까지 입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씨앗들이 널려 있기 때문이다.

디지털 매체를 자유자재로 구사하는 사용자를 공략하지 않는 기업은 경쟁에서 밀릴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저자는 오늘날 비즈니스를 움직이는 주인공은 그저 물건을 사기만 하는 소비자가 아니라고 말한다. 소비자에만 집착하는 기업은 비즈니스 생태계에서 몰락할 수밖에 없다는 것.

파산한 보더스의 전 직원들이 이 책을 팔기 위해 뉴욕거리로 나섰다. 이들은 책이 잔뜩 실린 가판대를 끌고 다니면서 사람들을 향해 외쳤다. “만약 당신들이 이 책에 나와 있는 것처럼 바뀌지 않으면 회사가 망해 실직하고 말 겁니다!”

책은 강력한 사용자 경험을 창조한 애플, 구글, 페이스북,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앵그리버드 등의 사례를 생생하게 제시하고 있다. 저자는 애플 역시 유저(Users = 사용자)의 즐거움(fun)에 집중한 결과, 디지털 환경혁신을 주도할 수 있었다는 점에 주목한다.

마이스페이스는 2005년까지만 해도 세계 최강의 소셜네트워크 사이트였다. 하지만 현재는 8억명이 넘는 사람들이 페이스북을 쓰고 있다. 반면 마이스페이스는 지난해 여름 3500만달러라는 헐값에 팔리고 말았다.

저자는 마이스페이스의 경우 개인 페이지를 꾸미는 창조적 자유에 집중하다 사용자 편의성 개념을 놓쳐버렸다고 꼬집는다. 반면 페이스북은 매우 단순한 사용환경을 구축하는 데 집중했다.

저자는 사용자와 적극적으로 소통하면서 그들로부터 열렬한 사랑을 받을 수 있다면 성공은 저절로 따라온다고 역설한다.

예진수기자 jiny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