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한 잠재력 이끌어내는 힘 ‘뇌의 진화’

우리는 무엇이 될 수 있는가 / 게랄트 휘터 지음, 이상희 옮김 /추수밭

‘우리는 무엇이고, 무엇이 될 수 있는가.’ 이 책의 근본적인 질문이다. 이에 대해 저자는 ‘뇌과학’이라는 렌즈를 통해 인간이 어떤 점에서 특별한 존재이며(우리는 누구이고), 우리가 지닌 잠재력이란 무엇인지(무엇이 될 수 있는가)를 누누이 설명하고 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인간의 뇌란 무한한 잠재력을 갖고 있으며 스스로 ‘열광’의 대상을 찾아 한없이 진화한다는 것이다.

저자에 따르면 열의를 가지고 어떤 일에 몰두할 때 비로소 뇌 안에 변화가 찾아온다. 열광 혹은 신바람이야말로 뇌를 성장시키는 거름이다. 저자는 유전자 결정론을 정면으로 반박하면서 뇌가 ‘사회적 기관’이라고 단언한다. 나의 행복, 나의 성장이 결코 타인과 별개로 이뤄질 수 없음을 뇌 발달의 관점에서 찬찬히 설명하고 있다.

보다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우리에게도 눈을 반짝이며 세상을 탐색하고 도전하던 시절이 있었다. 바로 유년기다. 아이들의 뇌는 하루 20∼50번 열광의 도가니에 빠진다. 하지만 어른이 되면서 우리는 일상에서 열광의 체험을 거의 잊고 산다. 생각해 보라. 진짜 내가 갈망하는 대상에 몸과 마음을 바치기보다는 사회적 잣대에 맞추고자 발버둥치고 있지 않은가.

저자는 회사나 학교, 가정에서 흔히 행하는 동기부여 방식인 ‘당근과 채찍’에 대해 시작부터 실패한 게임이라고 단언한다. 이런 길들임의 방식은 개개인을 들뜨게 할 수도, 진짜 잠재력을 불러일으킬 수도 없다. 열광하기를 멈춘 뇌는 더 이상 성장하지 못하고 적당히 단순 기능만 처리하는 기계 부품에 불과하다. 끔찍하지 않은가. 무한한 잠재력을 가진 뇌를 단순히 기계 부품으로 전락시키다니 말이다.

그렇다면 적당히 사회화된 뇌, 혹은 유전자의 명령을 담고 있는 뇌는 이대로 녹슬어버리는 것일까. 그렇지 않다. 저자는 “뇌는 평생 변화하는 공사장”이라며 “낯설게 느끼고, 끝없이 발견하고, 간절하게 열망하고, 새롭게 연대하라”고 말한다. 우리를 뒤흔드는 체험을 통해 오랜 불안 속에 잠들어 있던 유년의 뇌를 깨울 수 있고, 그렇게 시작된 열광의 에너지는 타인과 함께 나눌 때 더욱 커진다는 것이다.

김영번기자 zeroki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