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순환 기자의 부동산 깊이보기>집값은 떨어졌지만…무주택자 내집마련 못하는 이유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부동산 시장에 4월 이사철이 사라졌습니다. 매매와 전세 모두 ‘거래가뭄’이 이어지면서 나타난 현상입니다. 실제 국토해양부의 ‘주택 매매거래 동향 및 실거래가 자료’에 따르면 3월 전체 주택 매매 거래량은 전국 6만7541건, 수도권 2만5958건(서울 7646건), 지방 4만1583건에 불과했습니다. 2월에 비해 서울은 약 39%, 수도권은 34%, 전국은 30%가량 감소한 수치이지요.

특히 서울의 경우 4월에는 매매거래가 더 줄어 24일 현재 주택(아파트 단독 다세대 다가구 포함) 거래량은 3602건에 불과합니다. 서울 전세거래도 마찬가지고요. 아파트의 경우 25일 현재 7148건에 불과해 한 달 거래량이 8000건에도 못 미칠 것으로 보입니다. 3월 1만736건에 비해 대폭 감소한 것이죠.

매매와 전세 모두 거래가 대폭 줄면서 무주택 서민들만 애태우고 있습니다. 특히 3월말 이후 전셋값마저 하락하면서 전세보증금을 빼내 아파트 입주와 주택 구입에 나서려는 무주택자들이 혼란을 겪고 있지요. 2∼3년 전에 분양받아 놓은 아파트에 입주하려는데 전세보증금을 받지 못해 잔금을 치르지 못하고 있는 이들이 많다고 합니다. 전셋값이 오를 때 보증금을 많이 받은 집주인들이 전셋값이 떨어지자 차액을 주지 못해 세입자가 이사를 쉽게 하지 못한 것이지요.

최근 서울시가 부동산 중개업자 329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임대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해 이사를 가지 못하는 세입자를 본 적이 있다’는 응답이 41.8%에 달했다고 합니다. 매매거래 실종이 전세거래 가뭄으로 이어지면서 기존 세입자가 이사도 못가고, 신규 세입자도 구하지 못해 나타난 현상이지요.

이 같은 거래가뭄에 대비해 정부가 내놓은 전세자금 대출도 어려운 것은 마찬가지입니다. 주택을 분양받은 세입자가 전세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할 경우 분양 잔금과 이사 비용 마련을 위해 금융권에서 전세금을 담보로 대출을 받아야 하는데 집주인이 대출을 꺼려 세입자만 속만 태우는 경우가 많은 것이죠.

부동산 시장 거래가뭄 현상이 벌써 3년째 지속되면서 중산층과 무주택자들이 오히려 피해를 보고 있습니다. 집값은 안정됐으나 거래가 어려워져 이사를 하기 어려운 상황에 처하는 역효과가 나타난 것이죠. 정부는 집값이 안정된 상황이 지속되고 있는 만큼 주택시장 거래 숨통은 틔워 주어야 합니다.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 정책을 탄력 운용하고, 재건축 관련 규제를 완화하고 투기지역 해제요건을 갖춘 서울 강남·서초·송파구에 대해 투기지역 해제 조치를 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것입니다. 중산층 이상 가구 대부분의 자산이 부동산(주택)인 상황에서 거래 숨통이라도 트여야 ‘부동산 근심’이 사라진다는 사실을 알았으면 합니다.

soo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