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입니다>노라노와 사람들… 최은희·엄앵란·윤복희… 영화·무대 의상으로 인연

디자이너 노라노는 일반의상뿐 아니라 무대의상의 리더였다. 1950년대 미8군을 중심으로 한 국내 쇼비즈니스의 초창기, 그는 가수뿐 아니라 연극, 무용, 영화의 주인공 의상을 만들면서 입소문을 탔다.

미8군 쇼단 멤버이던 가수 박단마를 비롯, 1955년 영화 ‘꿈’의 최은희, 1956년 영화 ‘교차로’의 조미령을 비롯해 엄앵란도 1958년 ‘청실홍실’, 1959년 ‘꿈이며 다시 한번’에서 노라노가 디자인한 깜찍한 헵번 스타일로 주목을 끌었다.

특히 6·25전쟁 중 부산 광복동에 차린 의상실로 찾아와 옷을 주문했던 최은희와는 줄곧 교우했다. 연극 ‘로미와와 줄리엣’, 영화 ‘춘희’ 등 1950, 1960년대 의상부터 2001년 뮤지컬 ‘누구를 위해 종을 울리나’의 마리아 의상이 노라노 디자인이었다.

영화 ‘황혼열차’‘양귀비’의 김지미 ‘만추’의 문정숙, ‘세월이 가면’의 문희 등, 영화마다 자막에 ‘의상 노라노’가 적혔다.

여성의상뿐 아니라 1953년 명동 시공관에서 막 올린 연극 ‘햄릿’에서 주인공 김동원은 노라노가 어머니의 감색 벨벳치마로 만든 왕자옷을, 여왕 역의 황정순은 반짝이 미군 무기포장용지로 만든 빳빳한 깃의 흰색 양단드레스를 차려 입었다.

노라노 디자인을 대중에게 널리 각인시킨 계기는 1960년대 후반 윤복희와 펄시스터즈의 무대였다. 신곡 ‘웃는 얼굴 다정해도’용 의상으로 만든 노라노의 A라인 미니드레스, 펄시스터즈가 ‘커피 한잔’‘님아’를 부를 때 차려 입었던 판탈롱은 획기적인 디자인으로 화제를 모았다.

이밖에 산부인과 의사 이옥경, 이인호 전 러시아대사, 정희경 청강학원 이사장도 노라노의 오랜 지인이자 고객이다.

도산 안창호 선생의 아들인 배우 필립 안과는 미국 유학시절부터 알고 지낸 친구다.

1956년 파리여행 때는 우연히도 당시 독일로 음악공부를 떠나던 30대의 윤이상과 같은 비행기에 동승했다.

별난 인연의 스타로는 1956년 파리 체류 시절 스페인을 여행하면서 우연히 만났던 미국 가수 겸 배우 프랭크 시내트라, 노라노에게 빨간 장미 두 송이를 건네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