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공기업 부채 結者解之는 李정부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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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강흠/연세대 경영대 교수 경영학

이명박 정부 집권 이래 공기업 부채가 크게 늘어나 재정위기 예비경고등이 켜졌다. 지난달 초 국제 신용평가기관 무디스는 국가 신용등급을 상향 조정하면서 공기업의 등급조정은 보류했다. 공기업 부채는 유사시 정부가 지급보증을 하지만 과다한 부채가 공기업의 부실화를 초래할 수 있다는 염려가 담겨 있다. 일부 공기업은 과다한 부채와 부실경영으로 인해 신용등급이 투자 부적격 등급으로 추락할 수 있는 처지에 있음을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기획재정부의 공기업 부채 관련 자료를 보면 정부와 공공기관의 부채는 지난해 90조원이나 늘어난 884조원에 달해 국내총생산(GDP) 대비 71.6% 비율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권장 적정 국가부채비율인 50%를 크게 넘어섰다. 정부와 공공기관 부채는 현 정부 출범 이래 4년 동안 335조원이나 늘어나 연평균 15.3%로 증가한 셈이다. 특히 공기업을 포함한 286개 공공기관 부채는 연평균 21.4%의 무서운 속도로 증가해 214조원이 늘어난 463조5000억원에 달해 국가채무 420조원을 훌쩍 넘어섰다. 공기업 부채만 보면 지난해에만 37조5000억원이 늘어난 329조5000억원으로 절대금액과 부채증가율 모두 우려할 만한 수준이다.

공공기관의 자산이 부채보다 많고 부채의 상당 부분은 해외자원 개발과 사회간접자본(SCO) 투자로서 미래 발전에 기여한다고는 하지만, 자산보다 증가 속도가 빠른 부채를 무시할 수 없다. 경제 여건이 불리해져 사업성이 떨어지고 수익을 못 내 부채를 상환할 수 없게 될 경우 자산도 급속히 잠식당해 정부에 손을 벌리는 신세로 바뀔 수 있다. 자칫하면 공기업 부채가 재정 건전성을 위협하고 국민에게 부담을 안겨줄 수 있는 것이다. 부채 증가세를 초기에 완화시키지 않으면 탄력을 받아 수습하기 어려운 단계로 넘어갈 수 있다. 공기업의 신용등급 하락은 조달 금리를 높여 원리금 상환 부담을 가중시킬 뿐만 아니라 민간부문의 해외 자금 조달에도 악영향을 준다.

이 정부는 그동안 주요 정부 사업과 위기관리를 직접 수행하지 않고 공공기관의 부채를 통해 편법으로 대행시켰다. 예금보험공사의 정부 관리 소홀로 인한 부실 저축은행 처리, 한전·가스공사·철도공사(KORAIL)·도로공사의 물가안정정책에 따른 가격 동결, 한전·석유공사·가스공사의 에너지 관련 국내외 시설투자 확대, 장학재단의 학자금 대출, 토지주택(LH)공사의 보금자리 주택건설과 세종시 건설, 수자원공사의 4대강 사업 등으로 공기업의 수익성은 악화되고 부채는 급증했다. 사회기반시설과 사회복지정책에 공기업을 동원한다면 부채는 앞으로도 계속 늘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다.

공기업의 부채를 줄이고 건전성을 회복하기 위한 다각도의 대책을 즉시 실행해야 한다. 정부는 공기업들로 하여금 재무 건전성 제고 노력을 촉구하고, 부채감축 5개년 계획을 제출토록 하며, LH공사는 별도 관리하는 방안 등을 내놓았다. 공기업은 사업구조 조정과 불용자산(不用資産) 매각 그리고 경영쇄신 등을 통해 방만한 경영을 과감히 정리하는 재무개선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수익이 낮은 사업은 포기하고 민간에 넘길 것은 넘겨야 한다. 높은 연봉과 성과급도 자제해야 한다.

정치권의 마음가짐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공기업 부채도 국가부채와 다를 바 없다. 그런 만큼 대중영합주의 성격의 무리한 사업공약과 구조조정의 걸림돌이 되는 논공행상(論功行賞)식 공기업 낙하산 인사 모두 자제해야 한다. 문제는 그러한 노력의 조짐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현 정부가 차기 정부에 재정 부담을 지우는 불명예를 떠안지 않기 위해선 결자해지(結者解之)의 각오로 부채감축 실천 방안을 내놓고 가시적인 성과를 보여줘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