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에 관한 12가지 질문… 종교와 과학의 답은?

현실, 그 가슴뛰는 마법 / 리처드 도킨스 지음, 김명남 옮김 /김영사

일반 대중을 위해 알기 쉽게 풀어쓴 과학 입문서다. 하지만 저자가 누구인지를 헤아려 본다면 입문서라고 해서 마냥 만만하게 볼 책은 아니다. 저자인 리처드 도킨스 옥스퍼드대 교수는 ‘이기적 유전자’, ’만들어진 신’ 등으로 세계적 화제를 불러 모은 이 시대 최고의 생물학자다. 책은 최소 원자에서 시작해 무한 우주까지 광범위한 자연 현상들을 설명한다. 한 장에 하나씩 총 12가지 질문을 던진 뒤, 신화나 종교가 내놓은 답과 과학이 내놓은 답을 비교해 보여 준다. 물질은 무엇으로 만들어졌을까, 우주에는 우리뿐일까, 대륙들은 왜 퍼즐 조각을 흩어 놓은 것처럼 보일까, 낮과 밤, 여름과 겨울은 왜 있을까, 쓰나미는 왜 일어날까, 세상에는 왜 이토록 많은 종류의 동식물이 있을까…. 도킨스는 이런 질문들을 천문학, 물리학, 통계학 등을 통해 이야기한다. 자신의 주 무대인 생물학을 넘어서 과학의 모든 영역을 오가며 명쾌하게 이야기하는 것이다.

저자의 과학적 해법 제시는 ‘최초의 인간은 누구인가’와 같은 다소 철학적이고 종교적인 질문에까지 이어진다. “사고 실험으로 이야기를 시작해 볼까 한다. 사고 실험이란 상상으로 수행하는 실험이다.(중략) 당신의 1억8500만 세대 전 할아버지는 대충 이렇게 생겼다.”

저자는 현재 나의 사진 위에 아버지, 할아버지, 증조부 등 조상의 사진을 차례로 쌓아 가는 상상의 실험을 제안한다. 1억8500만 장째 사진에는 우스꽝스럽게도 어느 물고기가 찍혀 있다. 한두 장의 사진, 즉 한두 세대로는 점진적인 진화 과정을 전혀 발견할 수 없다. 그러나 ‘사진’이 쌓여 갈수록 호모 에렉투스, 유인원, 원숭이를 닮은 포유류 등을 거쳐 물고기에 이른다는 것. 진화의 어느 순간 갈라져 나온 지구의 모든 생물들은 결국 친적지간이다. 저자에게는 이것이야말로 진화의 기적이다.

이 책의 두드러진 특징 중 하나는 ‘해리 포터’ 영화 시리즈에 참여한 데이브 매킨의 일러스트가 모든 페이지에 걸쳐 올컬러로 실린 점이다. 원래 상상으로 그려 볼 수밖에 없는 신화들을 다룬 대목은 물론이고, 원자의 구조처럼 쉽게 상상할 수 없는 과학적 대목들에서도 매킨의 그림은 이해를 돕는다. 청소년들도 그림을 따라 읽다 보면 모든 내용을 완벽하게 이해하진 못하더라도 끝까지 책을 손에서 놓지 않을 법하다.

저자에게 현실이란 ‘과학적 기법을 통해 이해되는 현실 세계의 사실’로 한정된다. 과학은 이러한 ‘현실’을 풀어내는 열쇠가 되기에 마법과도 같다고 저자는 설명한다.

“무언가를 초자연적이라고 설명하는 것은 아예 설명하지 않는 것이나 다름없다. 어쩌면 그보다 더 나쁘다. 설명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기 때문이다.” 저자가 철저한 과학 신봉자라는 점을 다시한번 느끼게 하는 대목이다.

김도연기자 kdychi@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