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도 못믿어 심부름센터에 ‘학교폭력 S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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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학교폭력 근절 대책이 별다른 효과를 보지 못하면서 사설 심부름센터에 비싼 비용을 지불하고 직접 문제 해결을 의뢰하는 학부모가 늘고 있다.

지난 3월 서울 강남구의 한 심부름센터에 “중학교 2학년 아들이 학교에 적응을 못하는 것 같다”며 문제 해결을 의뢰하는 전화가 걸려 왔다. 이 센터 직원이 의뢰인의 아들을 3일간 따라다닌 결과 왕따(집단따돌림)를 당하는 장면이 포착됐다.

직원은 이틀 뒤 이 학생을 괴롭히는 학교 일진(학교 폭력조직 구성원)들을 불러 “한번만 더 건드리면 삼촌인 내가 가만있지 않겠다”고 엄포를 놨다. 다음 날 의뢰인은 “학교나 경찰에 알릴까 고민했는데 이렇게 쉽게 해결될 줄 몰랐다”는 감사의 말을 전했다.

서울 용산구에 있는 다른 심부름센터도 지난 4월 고교 1년생인 아들이 왕따를 당하는데 해결해 달라는 학부모의 요청을 받았다. 센터 직원은 학교 급식실에 찾아가 점심을 먹던 일진들을 상대로 한바탕 소란을 피웠다. 해당 학부모는 “선생님들도 쉽게 손을 못 대던 일진들이 겁먹고 안 건드린다더라”며 흡족해 했다.

학교나 정부에서 시행 중인 학교폭력 대책들이 ‘수박 겉핥기’에 그치며 심부름센터가 돈을 받고 해결사 역할을 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서울 용산구에 있는 한 심부름센터의 경우 전에는 1년에 한두 건 정도 관련 의뢰가 들어왔는데 요즘에는 매달 한 건 이상 학교폭력 문제를 해결해 달라는 주문이 들어온다. 하루 35만원, 1주일 240만원의 고가를 제시하지만 학부모들은 선뜻 지갑을 열고 있다.

다른 심부름센터 관계자도 “학교에서 왕따를 당하는지 알아봐 달라는 문의가 한 달에 한두 건씩 들어오고 나쁜 아이들과 어울리는 것은 아닌지 살펴 달라는 의뢰도 자주 들어온다”며 “이전보다 세 배 이상 늘어난 것 같다”고 전했다.

신순갑 청소년폭력예방재단 이사는 “학교나 정부 대책을 믿지 못하는 학부모들이 불안한 마음에 사설업체를 통한 쉽고 빠른 해결을 선호하는 경향이 늘고 있다”며 “최근에는 한 달에 80만∼100만원씩 내고 학생 경호를 부탁하는 사람들도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사설 심부름센터 등에 학교폭력 문제 해결을 맡기는 데 대해 우려하는 전문가들도 적지 않다.

최희영 학교폭력SOS지원단 위기지원팀장은 “심부름센터 등에서는 폭력 등 극단적인 방법을 사용할 수 있어 되레 아이들이 학교로 원만히 복귀하는 데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인지현기자 loveofall@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