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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배영순의 방하 한생각 게재 일자 : 2012년 05월 11일(金)
인(人)과 인간(人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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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人間)이란 말, 이게 참 이상하다. 왜 그냥 사람 인(人)이라고 하지 않고 굳이 사이 간(間)자를 덧 붙여서 인간이라고 하는 것일까? 이에 대해서 한번 추리를 해보자.

먼저 세상(世上)과 세간(世間)의 차이를 분명히 하면 인(人)과 인간(人間)의 차이는 자연히 밝혀질 것 같다. 그래서 세상이란 개념부터 좀 살펴보자.

우리는 세상(世上)이라는 말을 참 쉽게 한다. 그러나 우리는 세간(世間)에 살고 있을 뿐 세상(世上)에 살고 있지 않다. 세상으로 나간 적이 없다. 세상(世上)은 문자 그대로 세(世)의 지평에 올려져 있다는 의미다. 자연사적 시간의 이치이든, 사회역사적 이치이든 시간의 이치에 따라 운행하는 세계의 개념이다.

그러나 세간(世間)은 세(世)로부터 일탈한, 시간의 이치로부터 옆길로 샌 개념이다. 세상이 아니라 세상의 골짜기라는 개념이 세간이다. 그러니까 우리는 세상의 이치에 아랑곳 하지 않고 각자의 이욕(利慾)에 따라 ‘제쪼’ 대로 세상과 담을 쌓고 각자 자기 구덩이를 하나씩 파고 사는 거다. 그게 세간 살이다. 그게 우리의 인생살이다.

물리학에서도 그렇다. 중력장에서는 시간과 공간이 휘어진다고 한다. 세간(世間)이란 것도 그런 개념이다. 아집(我執)의 중력장으로 휘어진 시공간, 그게 세간(世間)이다. 자기중심적이고 이기적인 인간에 의해서 휘어진 시공간, 그게 세간이다. 그래서 우리에게는 세상이란 개념이 없다. 마치 우물안 개구리가 우물을 세상으로 알고 살아가듯, 우리는 세간을 세상으로 알고 산다.

인(人)과 인간(人間)의 차이도 그렇다. 세상(世上)에서 살면 인(人)이고 세간(世間)에 사니까 인간이 되는 것이다. 그렇게 보면 인간이란 말은 좋은 말이 아니다.

동양고전에서 곧잘 수기(修己), 수기치인(修己治人)을 말한다, 수기(修己)라는 것, 나를 닦는다는 것인데, 무자기(無自己)를 목적으로 한다. 무자기(無自己)라는 것은, 탈 에고(ego)이고 자기중심성으로부터 탈출하는 탈중심화이다. 아집의 중력장으로부터 탈출하는 것이 무자기(無自己)다. 자기를 끌어안고 위기적(爲己的)의 생존방식으로는 결코 세간에서 탈출할 수 없고 세상으로 나갈 수 없기 때문이다.

경영(經營)과 경세(經世)의 개념도 이렇게 정리할 수 있다. 경영은 이기적 욕망으로 세상의 골짜기, 세간(世間)을 이리저리 헤집고 다니는 것이고, 경세(經世)는 세상(世上)을 경륜(經綸)하는 것이다. 전자는 인간들이 하는 짓이고 후자는 사람이 하는 일이다. 그렇게 정리해볼 수 있을 거 같다.

인간과 동물의 차이를 이야기할 때 의식(意識)이란 개념을 중시한다. 그런데 보다 정확히 이야기하면 의식이 아니라 의(意)라는 개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의(意)는 물론 뜻이란 의미이다. 그러나 뜻이란 것은 이거를 하고자 한다, 저렇게 되고 싶다는-스스로 욕망하는 바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삶의 뜻, 생명의 뜻을 의미한다. 삶의 뜻, 생명의 뜻이란 것은 세상(世上)의 지평에 올려질 때의 이야기이고 세상으로 나가지 못한 세간에서는 그 뜻(意)을 말할 수 없다.

그래서 불교에서도 수의(守意) - 뜻 지킴을 강조한다. 예컨대 안반수의경(安般守意經)이 그렇다. 세간에서 세상으로 나가는 연결고리와 같은 게 뜻(意)이기 때문이다. 아집의 중력장을 탈출할 수 있는 동력이 의(意)이기 때문이다.

다시 정리하자면 이렇다. 세간을 탈출할 때, 아집의 중력장을 벗어날 때, 그래서 세상과 만날 때, 세(世)라는 개념이 지평에 들어올 때, 인간에서 인(人)으로 환골탈태한다. 그 연결고리가 뜻(意)이다.

배영순(영남대 국사과교수/ baeysoon@yumail.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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