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자 책읽기>군중은 약자들 손에 있는 ‘보복용 무기’

군중행동 / 에버릿 딘 마틴 지음, 김성균 옮김 / 까만양

책은 프랑스 사회학자 귀스타브 르봉(1841∼1931)의 ‘군중심리’(1895)와 함께 군중에 대한 최고의 분석서로 손꼽히는 현대의 고전이다.

미국의 사회학자이자 쿠퍼유니온 부설 국민연구소 교수로 활약했던 저자(1880∼1941)는 1920년 출간한 책에서 군중들이 왜 휩쓸리고 부화뇌동하는지에 대한 원인을 사회학과 심리학에 근거해 조목조목 밝히고 있다.

르봉의 견해를 비판적으로 계승한 저자는 책에서 군중의 통념(심리)이 강박신경증이나 편집광증 등 정신적 질환과 여러모로 유사하며 무의식에서 억압된 것들이 콤플렉스로 표출된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군중을 ‘약자의 손에 들린 보복용 무기’라고 정의했다. 군중은 모든 탁월한 정신을 똑같이 평범하게 절단해버리거나 미숙한 이기적 자의식을 성숙한 의식처럼 늘려버리는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와 같다는 것이 군중에 대한 저자의 근본 성찰이다.

군중에 대한 정의와 함께 다양한 사회현상을 통해 군중의 이기심과 증오심, 지배욕, 혁명과 군중에 대한 분석을 시도한 책은 1920년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현재에도 그대로 적용될 수 있을 만큼 유효하다. 특히 저자가 군중행동의 극복방안으로 제시한 인문주의 교육의 강화는 시시하는 바가 크다.

최영창 기자 ycchoi@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