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자 책읽기>재즈의 아버지들에 바치는 ‘인물 열전’

재즈 / 개리 기딘스, 스콧 드보 지음 황덕호 옮김 / 까치

역사가 짧은 미국은 ‘고전’이라고 할 만한 예술 분야가 드물지만 재즈만큼은 ‘미국의, 미국을 위한, 미국에 의한 것’이다. 뉴올리언스로 유입된 아프리카 노예들의 음악이 그 뿌리인 만큼 떳떳한 기원은 아니지만 ‘유럽 전통 콤플렉스’에 시달리는 미국인에게 재즈는 자부심 그 자체다.

데이비드 베이커 미국 인디애나 주립대 재즈학과 교수는 이 책에 대해 “지금까지 저술된 재즈 책들 가운데 의심할 나위 없는 최고 작품 중 하나”라고 평가했다.

책은 젤리 롤 모턴, 듀크 엘링턴, 루이 암스트롱, 마일스 데이비스 등 천재적인 음악인들을 추적하고, 그들의 작품을 중심으로 오늘날 재즈와 재즈 문화사를 조명한다. 종래의 재즈 역사에 대한 접근방식에서 탈피한 점이 이 책의 미덕이다. 끊임없이 변화하는 문화, 사회, 정치, 경제에 지속적으로 영향을 미치며, 그들을 반영하는 하나의 힘으로서 재즈를 묘사한다.

이 책은 역사서 형식을 빌렸지만 재즈의 아버지들에 관한 ‘헌정 도서’이기도 하다. 재즈 전문 사진 작가들이 찍은 38장의 인물 사진은 재즈 무대를 생생하게 옮겨온 듯한 느낌을 준다. 또 재즈 마니아와 일반 감상자 모두를 만족시킬 재즈 작품 78곡을 엄선해 감상 가이드 형식으로 담았다.

이근평 기자 istandby4u@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