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자 책읽기>히틀러 vs 스탈린… 자존심 대결

피의 기록, 스탈린그라드 전투 / 앤터니 비버 지음, 조윤정 옮김/다른세상

제2차 세계대전 중 최악의 전투로 꼽히며 1942년 8월21일부터 1943년 2월2일까지 단일 전투로는 가장 많은 사상자를 낸 스탈린그라드 전투. 독일의 히틀러와 소련의 스탈린이 자존심을 건 승부를 벌인 이 전투에서 소련 병사의 평균 수명은 24시간, 독일군은 7초마다 한 명씩 죽어 나갔다. 6개월 만에 200만 명에 육박하는 사상자를 낸 것.

숨 막히는 전면전 속에 빡빡한 전투 일정과 부족한 물자, 열악한 수송 수단, 가혹한 추위는 병사들을 극도로 피폐케 했으나 두 권력자는 이런 현실을 철저히 무시했다. 히틀러나 스탈린에게 개인은 그들이 이상으로 삼는 국가를 위한 부품에 불과했던 것이다. 이 책의 미덕은 무엇보다 스탈린그라드 전투의 전개 과정을 독일과 소련의 입장 어느 한곳에 편중되지 않은 객관적 시각으로 전달하려고 한 점이다. 저자는 전쟁 일지, 군목의 보고서, 사적인 기록, 편지, 소련 내무인민위원회(NKVD)가 독일군 혹은 또 다른 포로를 심문한 내용, 개인 일기, 전투 참가자들과의 인터뷰를 활용, 전쟁의 현실을 가감 없이 담았다.

김도연 기자 kdychi@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