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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게재 일자 : 2012년 05월 21일(月)
복어국, 먹을까 말까… 18세기 선비들의 논란
18세기학회 학술발표회 ‘18세기의 맛…’ 미투데이공감페이스북트위터구글
“늦봄에는 복어국(춘만하돈갱·春晩河豚羹)/첫 여름에는 웅어회지(하초위어회·夏初葦魚膾)/복사꽃잎 떠내려오니(도화작창래·桃花作漲來)/행주 앞강에는 그물치기 바쁘다(망일행호외·網逸杏湖外)”

늦봄 한강에서 복어 잡는 풍경을 그린 겸재 정선의 그림 ‘행호관어(杏湖觀漁·사진)’에 친구 이병연이 붙인 시다. 지금은 복어국을 먹을 때 지역이나 시기를 가릴 필요가 없지만 18세기만 해도 서울에서 봄철에 잠깐 즐겨 먹는 제철 음식을 대표하는 요리였다. 당시 하돈이란 이름으로 알려진 희귀성 어종인 복어가 가장 많이 잡히고 맛이 좋은 지역이 바로 한강과 임진강 하류지역이었던 것. 하지만 잘못 먹으면 독에 중독돼 죽을 수도 있었던 게 복어였던 만큼 복어국을 먹느냐 먹지 말아야 하느냐를 놓고 논란도 많았다.

안대회(성균관대 한문학 교수) 한국18세기학회장은 19일 서울 종로구 성균관대에서 발표한 논문 ‘치명적 유혹의 맛 복어국’을 통해 18세기 식욕과 두려움이 교차한 복어국을 둘러싼 찬반논란을 조명했다. ‘18세기의 맛 - 아시아와 유럽’을 주제로 한 이번 한국18세기학회 춘계 학술모임에선 18세기 동서양의 음식 문화를 조명한 논문 7편이 발표됐다.

우선 안 교수에 따르면 18세기 조선에서 복어국은 서울의 으뜸가는 풍미(風味)로 등장했다. 하지만 치명적인 독 때문에 사망사고도 빈발했는데 1709년 영의정을 지낸 최석정조차 복어를 먹고 거의 죽을 뻔했다는 기록이 ‘조선왕조실록’에 등장한다. 치명적인 맛의 스릴 때문일까. 역시 영의정을 지낸 남공철의 서울 친구 박남수는 복어국을 안주로 놓고 술을 마시다 누군가 위험하다고 경고하자 “에잇! 선비가 절개를 지켜 죽지 못할 바에는 차라리 복어를 먹고 죽는 게 녹록하게 사는 것보다 낫지 않겠나?”라고 소리쳤다고 한다.

이 밖에 이번 학술발표회에서는 영조의 입맛을 사로잡은 순창 고추장을 통해 점차 고추장의 매운맛에 중독돼 갔던 18세기 조선의 풍경을 살펴본 정병설(국어국문학) 서울대 교수의 논문 ‘영조의 식성과 고추장 사랑’과 김시덕 고려대 일본연구센터 HK연구교수의 논문 ‘조선 소고기 환약, 근세 일본의 만병통치약’ 등 흥미로운 내용들이 많이 발표됐다.

최영창 기자 ycchoi@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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