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그리고 희망 - 2012 대한민국 리포트>온가족 모여 지지고 볶고…‘배부른 나눔’에 가족愛도 ‘든든’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지난 20일 서울 노원구 상계동 성모자애보육원 구내식당 주방에서 유정희(오른쪽 첫번째) 씨와 가족들이 원생들의 점심 식사를 준비하던 중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김호웅기자 diverkim@munhwa.com

“봉사를 통해서 행복감을 느끼는 것은 물론, 건강과 기쁨 등 얻어 가는 것이 매우 많습니다. 내가 다른 사람들한테 조그만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에 정말 감사할 따름입니다.” 지난 20일 서울 노원구 상계동 성모자애보육원 식당 주방. 10년 동안의 봉사 활동으로 4월 오운문화재단이 주최한 제12회 우정선행상 시상식에서 장려상을 수상한 유정희(여·49) 씨는 “보육원 아이들에게 더 많은 사랑을 베풀지 못해 아쉽지만 건강이 허락하는 한 아이들에게 맛있는 음식을 계속 만들어 줄 생각”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유 씨와 남편 조현구(48·회사원) 씨, 장남 준호(22) 군, 차남 준영(15·C중 3년) 군 등 일가족은 지난 2003년 2월부터 매달 셋째 주 일요일마다 서울 노원구 상계동 성모자애보육원에서 보육원생들에게 점심을 만들어 제공하는 등 봉사를 하고 있다.

여동생 정선(47) 씨와 남상권(51·KT DS 근무) 씨 부부, 딸 지수(21·S여대 3년) 양과 지민(18·D여고 3년) 양도 유 씨의 권유로 같은 해 4월부터 봉사팀에 합류해 보육원생들을 위해 다양한 음식을 만들고 있다.

유 씨의 남동생 배준(44·H자동차정비업) 씨와 최은영(43) 씨 부부, 아들 상호(16·M고 1년) 군과 딸 수미(13·I중 1년) 양 역시 2010년 10월부터 매달 요리 일손을 도우며 봉사의 소중함을 배우고 있다.

유 씨의 봉사 할동은 2003년 2월 노원구청의 소개로 성모자애보육원에서 동네 아줌마들과 함께 아이들에게 돈가스 반찬을 만들어 준 게 계기가 됐다. 2002년 병 수발하던 시아버지가 돌아가신 후에 생긴 우울증과 공허함을 운전 강습과 성경 필사로도 달랠 수 없어 봉사를 시작했다.

처음엔 아이들의 냉담한 반응을 견디기 어려웠지만 1년이 지나자 점차 친숙해지며 신기하게도 우울증이 완치되는 효과를 봤다. 손수 뜨개질해 만든 100켤레의 장갑을 아이들에게 선물하기도 했다.

어렵게 대학을 졸업한 남편이 누구보다 유 씨를 이해하고 물심양면으로 도왔다. 봉사 활동을 돕던 아줌마들이 떠난 자리를 동생 정선 씨가 채우면서 봉사에 활기가 더해졌다.

이날 세 가족 12명은 오전 10시부터 보육원생들에게 점심 식사로 제공할 음식을 만드느라 분주했다. 점심 메뉴는 돈가스와 스파게티에 알치알밥과 호두파이, 과일도 곁들여 준비했다.

모든 음식 재료는 유 씨 자매가 이틀 전 시장에서 구입한 것들이다. 유 씨가 양념에 잰 돼지 등심에 밀가루와 계란물을 입힌 후 빵가루를 묻혀 놓으면 남편 조 씨는 돈가스를 열심히 기름에 튀겼다. 제부 남 씨는 삶은 스파게티 면에 정선 씨가 만들어 놓은 소스와 고기, 야채를 넣고 정성껏 버무렸다. 배준 씨는 알치에 양념과 밥을 넣고 알밥을 요리한 후 아들 상호 군과 함께 딸기셰이크, 팥빙수를 만들었다.

현재 육군 8사단 의무근무대에서 복무 중에 포상 휴가를 받아 집에 온 준호 군도 어머니의 봉사 일을 도왔다. 오랜만에 설거지와 도마질, 야채 다듬는 일 등 온갖 잡일을 도맡아 했다. 준호 군은 “지난해 입대를 해 봉사가 중단됐으나 휴가 때는 물론이고 제대 후에도 봉사를 계속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유 씨의 남편 조 씨는 “가족이 한 달에 한 번 모여 봉사하는 게 특별한 것은 아니다”며 “봉사를 통해 가족이 화합하고 건강하게 살아가는 데 힘이 돼 오히려 고마움을 느낀다”고 강조했다.

점심시간이 되자 40여명의 원생은 유 씨 가족에게 반갑게 인사를 한 후 5∼6명씩 둥근 테이블에 앉아 즐거운 표정으로 정성껏 만든 돈가스와 스파게티를 먹었다.

원생 김모(14) 군은 “돈가스가 주메뉴여서 돈가스 아줌마 가족이라고 부른다”며 “다른 날에는 김밥과 초밥, 어묵, 튀김 등 맛있고 다양한 음식을 주셔서 항상 기다려진다”고 말했다. 성모자애보육원 아이들은 유 씨 가족을 한 식구처럼 대하며 다정하게 얘기를 나누거나 고민을 털어놓기도 한다고 김경숙 성모자애보육원장 수녀는 귀띔했다.

유 씨 세 가족은 바쁜 생활 중에도 성모자애보육원 요리 봉사 외에 자신들이 속한 직장과 지역, 학교 모임에서 각자 노인요양원 및 장애인시설을 찾아 다른 봉사 활동을 하는 등 봉사를 일상생활화하며 살고 있다. 이들은 성모자애보육원장 수녀 추천으로 우정선행상을 받은 후에도 한결같이 “대단한 봉사도 아닌데 상을 받아 부담된다”며 겸손해 했다.

또 봉사를 계속 확대해 나가기 위해 상금 1000만 원을 모두 보육원과 장애인시설, 교도소에 기부하거나 후원하는 데 사용했다. 정선 씨는 “봉사를 취미 생활로 하면 좋은 마음을 갖게 되고 좋은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고 말했다.

유 씨가 매주 금요일마다 상계종합사회복지관에서 결식아동을 위한 노력 봉사를 하고, 정선 씨는 그룹홈 아동들을 대상으로 가정 체험을 해 주고 있다.

올케 최 씨도 다른 보육원 일을 돕는 등 유 씨 가족들은 틈나는 대로 인근에 있는 노인요양시설 및 장애인시설을 찾으며 봉사 영역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

오명근 기자 omk@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