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사파 출신 국회입성 D-7>비대위, 사퇴서 제출시한 왜 늦췄나

통합진보당(진보당) 혁신비상대책위원회가 이석기·김재연 당선자 등 비례대표 후보들의 사퇴서 제출 시한을 25일 낮 12시로 늦춘 것은 제명 혹은 출당 같은 중징계를 위한 ‘마지막 명분 쌓기’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진보당 혁신비대위는 특히 반년 이상 늘어질 수 있는 출당 등의 조치를 좁히기 위한 ‘예외 규정’ 마련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이미 사퇴서 제출 거부 의사를 밝힌 이·김 두 당선자와 조윤숙·황선 후보자 외에 문경식 전 전국농민회총연맹(전농) 의장, 윤갑인재 전 전국플랜트건설노조 위원장의 사퇴 의사를 25일까지 분명히 하게 함으로써 구당권파의 입지를 좁히겠다는 전략적 판단도 엿보인다.

강기갑 비대위원장은 23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동 국회에서 열린 비대위회의에서 “14명의 경쟁명부 비례대표 총사퇴 집행은 혁신비대위가 수행해야 할 첫 번째 일”이라며 “25일 낮 12시까지 후보자들의 사퇴서가 당으로 오지 않는다면 모두가 바라지 않았던 최후의 수단밖에 남아있지 않다는 것을 비대위원 모두 공감했다”고 출당 조치를 시사했다.

이번 출당 조치 연기는 한편으로는 강 위원장이 21일 오전 10시까지 사퇴서를 확인하고 중대한 발표를 하려고 했는데 결정적인 순간에 검찰이 치고 들어와서 당무 자체가 꼬인 것과 관련한 일종의 추가 대응이라는 분석도 있다.

검찰이 당원명부를 압수수색하는 등 진보당에 대한 외부의 압박이 거세지는 상황에서 두 당선자가 현재 상황을 스스로 풀어주기를 바라는 측면도 있다. 사태 해결의 ‘키’를 두 당선자에게 떠넘기는 ‘압박 카드’인 셈이다. 문 전 의장과 윤갑 전 위원장이 소속단체인 전농과 민주노총에 사퇴 의사를 밝힌 만큼 출당 등 강력 조치에 앞서 진보당에 지분이 있는 두 단체와 조율을 염두에 둔 것이란 분석도 제기된다.

비대위는 현행 당헌·당규상 추가 조사나 재심을 요청할 경우 실제 징계까지 최대 194일까지 소요될 수 있는 만큼 심사 기간을 최대한 단축시킬 수 있는 예외 규정 마련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진보당 당헌·당규에 따르면 당원이나 당기관이 시도당 당기위원회에 제소하면 60일 이내 심사 결과를 발표하도록 돼 있지만 이의 신청 등 징계를 늦출 수 있는 규정도 많아 실제 징계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관측된다.

민병기 기자 mingmi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