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생발전’ 2012 현장 리포트>탄탄한 유통망 열어주니… 젊은 디자이너들 높이 날다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서울 마포구 동교동 안경업체 토모아이웨어 사무실에서 이정귀(오른쪽 첫 번째) 대표와 롯데백화점 상품기획자들이 제품 디자인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김낙중 기자 sanjoong@munhwa.com

“한국인들은 코가 낮고 광대뼈가 나온 편이라 선글라스를 끼면 테가 얼굴에 닿아 불편함을 느낀다는 분석 자료를 본 적이 있지요.”(롯데백화점 상품기획자)

“네. 선글라스 사업에 도전하는 벤처인 만큼 외국기업이 흉내 낼 수 없는 한국인 얼굴형 선글라스 개발에 골몰했습니다. 정답은 코 패드더라구요. 코 패드를 강화하니까 안경의 흘러내림을 방지하고 착용감도 좋다는 결론에 도달했습니다.”(토모아이웨어 직원)

23일 서울 마포구 동교동에 있는 안경업체 토모아이웨어 사무실. 이정귀(31) 토모아이웨어 대표는 직접 디자인한 선글라스를 들어 보이며 롯데백화점 상품기획자(MD)들과 한참 상품 콘셉트에 대해 논의하고 있었다. MD들은 제품을 꼼꼼히 살펴보면서 손으로 만져보기도 하고 직접 써보기도 했다. 이 대표의 자신감 넘치는 제품 설명에 고개를 끄덕이던 MD들은 선글라스를 끼고는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이승주(여·31) 롯데백화점 글로벌MD팀 과장은 “이 대표가 디자인한 선글라스를 구매해서 해외 출장에 들고 갔는데 사람들 반응이 좋았다”며 “비록 브랜드 인지도는 낮지만 제품의 질과 디자인만큼은 해외 브랜드 못지않다”고 말했다.

이 대표가 롯데백화점과 인연을 맺게 된 계기는 지난해 9월에 열린 ‘제1회 인디디자이너 페어’ 덕분이다. 일본계 안경 회사에서 4년 동안 디자이너로 근무하던 이 대표는 자유로운 제품 디자인을 위해 과감히 회사를 그만두고 홀로서기를 결심했지만 판로 확보에 애를 먹고 있었다. 다행히도 신진 디자이너 발굴을 위해 행사에 참여한 롯데백화점 MD 눈에 띄어 인연을 맺게 됐다.

이 대표는 지난 7일부터 롯데백화점 본점 3층에 위치한 편집매장 ‘바이에토르(BY ET TOL)’에서 직접 디자인한 뿔테 안경과 선글라스 20여 종이 판매되기 시작하면서 기대감에 들떠 있다. 이제 이름을 알리는 단계지만 경기침체에도 불구하고 하루가 다르게 판매량은 꾸준히 늘고 있기 때문이다. 롯데백화점도 이 대표의 제품이 가치를 제대로 인정받을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몫 좋은 자리를 제공하고 제품이 돋보이는 조명, 선반까지도 전적으로 이 대표의 의견을 수용해 결정했다.

롯데백화점이 이처럼 젊은 디자이너들의 등용문으로 거듭나 눈길을 끌고 있다. 24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롯데백화점은 각종 편집 매장을 통해 자질은 충분하나 어려운 환경에 처해 있는 젊은 디자이너와 전문업체에 판로를 열어주고 있다. 현재 본점 영플라자 및 잠실점에 운영 중인 남성의류 편집매장인 ‘스타일 필드(STYLE FIELD)’를 비롯해 핸드백 편집매장인 ‘백앤백(B&B)’, 여성의류 편집매장인 ‘브릿지 11’ 등이 그것이다.

앞서 2010년 4월에는 서울시 산하 서울산업통상진흥원과 ‘신진디자이너 육성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유통업계 최초로 체결했다. 신진 디자이너들은 롯데백화점을 통해 안정적인 판로를 확보하고, 서울산업통상진흥원에서는 생산 자금 및 경영 지원을 받는 방식이다. 양측은 인테리어 및 마케팅 비용도 공동으로 지원, 디자이너들이 매장을 운영하는데 도움을 주고 있다. 그 결과, 서울산업통상진흥원이 운영 중인 동대문패션창작스튜디오의 입주 디자이너 중 선발된 우수한 신진 디자이너 상품들이 편집매장을 통해 판매되고 있다.

롯데백화점은 또한 중소업체와 공동브랜드를 개발하고, 자주편집매장을 운영토록 지원하고 있다. 일례로 니트 전문 캐주얼 편집매장인 ‘니트앤노트(Knit&Knot)’의 경우 니트상품을 납품하는 소규모 의류 제조업체들이 공동으로 운영하는 편집매장이다. 실력은 검증받았으나 자체 매장을 열기에는 영세하다는 것이 이들 업체의 공통점이었다. 롯데백화점은 비용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인테리어 비용을 100% 부담했다.

신헌 롯데백화점 대표는 “사업가 정신이 투철한 신진 디자이너들의 창의적인 도전이 백화점의 새로운 지평을 여는데 원동력이 되고 있다”며 “앞으로 젊은 디자이너들을 발굴하고 육성하는데 더 힘쓸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관범·최준영 기자 frog72@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