떨어진 돈 함부로 줍지 마라… 여러 사람 피해 본다

경제학자 철학에 답하다 / 스티븐 랜즈버그 지음, 김세진 옮김 / 부키

경제학과 수학, 물리학을 두루 섭렵한 저자가 분야를 넘나들면서 우주의 기원과 종교의 정의, 사고의 불완전성과 지식의 한계, 윤리의 판단기준 등 철학적인 의문들을 쾌도난마로 펼쳐 보여준다.

책의 앞부분은 정독을 요한다. 그의 주장은 다소 낯설기도 하고 공격적이기도 한데다, 때로는 수학기호와 용어가 난무하기도 한다. 그는 우주가 ‘수학적 구조’ 안에 있다고 주장한다. 가령 2+2는 4라는 연산법칙은 임의로 정한 규칙체계가 아니라 실재이며 필연적인 것이라는 것이다. 수학의 존재는 시간을 초월하며, 시간은 존재하지 않아도 수학은 존재한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그의 시선이 우주에서 종교로, 다시 인간의 의식 쪽으로 옮아오면서 이야기는 한층 복잡해진다. ‘페아노의 공리’나 ‘바나흐 타르스키 역설’처럼 다소 낯선 수학적 개념이 등장하는 부분은 어지간한 수학적 지식이 없으면 책장을 넘기기 쉽지 않다.

반면에 정의와 윤리적 판단에 대한 질문과 답을 제시하는 책 뒷부분은 흥미진진하다. 흡사 마이클 샌델의 ‘정의란 무엇인가’를 연상케 하지만 저자의 결론은 샌델의 그것과는 전혀 다르다.

그는 경제학자답게 철저히 경제적 시각에서 판단한다. 기준은 늘 ‘비용 대 편익’이다. 저자가 독자에게 던지는 흥미로운 질문 하나. “10억 명이 경미한 두통을 앓고 있다. 그 중 1명을 죽이지 않으면 이 많은 사람의 고통이 1시간 동안 지속된다. 그 사람을 죽이기만 하면 두통은 즉시 사라진다. 그렇다면 무고한 사람을 죽여도 괜찮을까.” 저자의 답은 “그렇다”이다. 저자는 “10억 분의 1의 확률로 죽음을 피하고자 기꺼이 1달러를 낼 사람은 없지만, 두통을 앓고 있는 10억 명은 대부분 1달러를 내고 두통을 치료하려 할 것”이라며 “이를 보면 사람들은 10억 분의 1의 확률로 죽는 것보다는 두통을 더 싫어한다는 점을 알 수 있다”고 주장한다.

계속되는 질문과 답. 저자는 “올림픽 출전선수가 되면 어떨까”란 질문에 “정신차리자. 차라리 마트 근처를 배회하다 쇼핑카트를 제자리에 가져다 놓는 편이 더 생산적이다”라는 답을 달았다. 그 이유란 게 이렇다. 누가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딴다고 해서 금메달리스트가 1명 더 생기는 게 아니다. 경쟁자가 차지할 수 있었을 메달을 대신 따낸 것일 뿐이다.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 세상에 기여하는 것이 아니라, 금메달을 받는 ‘사람’이 바뀐 것 뿐이니 그게 무슨 의미가 있느냐는 것이다. 내친 김에 하나 더 보자. “길에 ‘아이팟’이 떨어져 있다. 주워도 좋은가”란 질문에 그는 “물론이다”라고 답했으면서 “길에 100달러짜리 지폐가 떨어져 있다. 주워도 좋은가”란 질문에는 “안 된다”고 했다. 아이팟을 주운 건 ‘순수익’이라 할 수 있지만, 100달러를 주운 이는 돈을 써버릴 텐데 그렇다면 이 지출로 물가는 상승할 것이고 다른 사람들이 100달러만큼의 사회적 비용을 지불하는 피해를 입는다는 게 저자의 설명이다. 이 책의 덕목은 저자의 독창적인 결론을 추종하거나 학습하기보다는, 세상을 바라보는 신념과 논리 그리고 사유의 중요성에 대해 다시금 생각하게 한다는 데 있는 듯 하다.

박경일 기자 parki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