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당 당권투쟁>80년대 용인 外大 왜 ‘주사파 성지’ 됐나

  • 문화일보
  • 입력 2012-06-04 1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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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불거진 통합진보당(진보당) 사태의 중심에 있는 진보당 구당권파의 몸통인 이석기 의원(비례대표), “탈북자는 변절자”라며 막말 논란을 불러일으킨 민주통합당(민주당) 임수경 의원(비례대표) 등은 모두 한국외국어대 용인캠퍼스 출신이라는 공통점이 눈에 띈다. 이른바 이들 ‘외대 용인’ 인맥은 민족해방(NL) 계열 학생운동 출신 가운데 진보당을 장악한 핵심 세력으로 드러나고 있어 주목된다.

4일 한국외대 등에 따르면 경기동부연합의 실세라는 이석기(82학번·중국어통번역학과) 의원과 임수경(86학번·프랑스어과) 의원, 정형주(84학번·독일어과) 전 민노당 경기도당위원장, 윤원석(86학번·경제학과) 전 민중의소리 대표, 우위영(84학번·서반아어과) 진보당 대변인 등은 모두 외대 용인캠퍼스 출신이다. 정치권에서 “강경 주사파인 경기동부연합 가운데 외대 용인 인맥이 성골”이란 말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외대 용인’ 출신들의 약진은 어느 정도 역사적 필연을 가지고 있다는 평가가 많다. 우선 당시 대학의 수도권 분교가 생기기 시작한 초창기라 교통이 불편해 많은 학생들이 서울에서 통학하기보다 자취나 하숙을 했다. 또 서울에서 밀려났다는 허탈감과 집에서 나왔다는 해방감이 외대 용인캠퍼스의 분위기를 지배했다. 한 졸업생은 “오후 10시만 되면 학교를 오가는 차가 끊겼고, 아무런 간섭도 받지 않은 채 자연스럽게 후배들에게 사상을 ‘학습’시킬 기회가 많았다”고 말했다. 전투적 운동권 학생들이 양성될 수 있는 조건을 갖고 있었다는 뜻이다.

소규모 공장이 밀집한 이곳에 대도시에서 밀려난 빈민이 많이 거주한다는 점도 영향이 컸다. 1980년대 재야인사들이 성남 용인에 들어와 빈민·노동운동을 펼쳤고, 이런 분위기가 외대 용인캠퍼스에 영향을 미쳤다. 당시 경기동부연합 소속 운동권 학생들은 졸업 후 성남·용인 지역의 열악한 공단과 빈민가에 집중적으로 들어가 현장 활동을 벌였고, 현재 진보당의 당권파들 역시 대체로 성남·용인 지역을 중심으로 노동운동을 하면서 커왔다. 운동권 출신들이 학교를 넘어 현장 운동가로 크기에 좋은 배후지를 가지고 있었다는 것이다.

음성원 기자 esw@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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