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자 책읽기>가난하니까 돈이 더 들어가더라

  • 문화일보
  • 입력 2012-06-08 1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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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의 배신 / 바버라 에런라이크 지음, 최희봉 옮김 / 부키

빈곤의 민얼굴을 직접 확인하기 위해 저널리스트로서 직접 ‘워킹 푸어(working poor)’의 세계에 뛰어든 저자의 방식은 위험해 보인다. 1998년부터 2000년까지 식당 웨이트리스, 호텔 객실청소부, 가정집 청소부, 요양원 보조원, 대형마트 직원으로 일하면서 생계를 꾸려나간 경험담을 담았다. 책은 구직 과정에서부터 감정과 존엄성을 말살하는 노동 환경, 영양은커녕 활동에 필요한 최소한의 열량조차 섭취하지 못하는 식생활, 부자들이 집값을 올려놓은 탓에 싸구려 모텔과 트레일러 주택을 전전하며 점점 더 외곽으로 쫓겨나는 주거실태 등 저임금 노동자들을 옥죄는 생활의 굴레를 위트와 날카로운 분석으로 파헤친다.

저자는 저임금 체험 도중 가난하기에 돈이 더 드는 상황과 수시로 맞닥뜨렸다. 책은 미국의 성장이 지속되면서 물가가 안정된 이른바 골디락스 경제에 한껏 취해있던 미국에 큰 충격을 줬다. 장기 불황에 접어든 현 시점에서 빈곤층의 불안은 더욱 클 수밖에 없다. 책을 읽으면서 현 시점에 저자가 다시 빈곤체험에 나선다면 어떤 내용이 나올까 궁금했다. 소설 못지않은 유려한 글솜씨는 ‘빈곤문제 해부’라는 주제의 딱딱함을 잊게 한다. 150만 부 이상 팔린 베스트셀러이자 예일대 등 미국 600여 개 대학의 필독서로 지정된 ‘현대의 고전’이다.

예진수 기자 jinye@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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