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월터 르윈 MIT대 교수가 강의 도중, 추를 다리 사이에 끼고 몸을 수평으로 눕힌 채 진자에 매달려 흔들리는 실험을 하고 있다. 김영사 제공
나의 행복한 물리학 특강 / 월터 르윈 지음, 고중숙 옮김 / 김영사
물리학을 두고 ‘아름답다’거나 ‘행복하다’거나 하는 말이 가당키나 할까. 고교시절 복잡한 수식으로 지끈지끈 머리가 아팠던 기억을 가진 이들이라면 다들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게 틀림없다. 그러나 이 책을 읽다 보면 물리학자가 아니더라도 그게 가능한 일일 수도 있겠다는 쪽에 가까워질 듯싶다.
책은 미국 MIT 교수이자 천체물리학자의 강연록이다. 저자 월터 르윈은 엑스선 천문학 분야를 개척한 세계적 석학이다. 그의 흥미진진하고 열정 넘치는 물리학 개론 수업은 수식과 공식만이 가득 나열된 물리학 강의와 전혀 다르다. 물리에 홀린 진짜 괴짜다. MIT 교수로 있는 그의 제자는 “르윈 교수님은 교단에서 폭발한다”며 “우리의 뇌를 붙잡고 전자기학의 롤러코스터를 태우는데, 지금도 당시의 느낌이 목덜미로 흐르는 것을 느낄 수 있다”고 했다.
이를테면 진자운동을 설명하게 위해서 강의실에서 스스로 ‘진자’가 돼 그네를 타기도 한다. 강의실 천장에 매달린 금속 공에 올라타 진자의 진동과 관련된 법칙을 몸소 보여준다. 정전기 현상을 보여주기 위해 학생을 불러 앉혀놓고 고양이 털가죽으로 마구 때린다. 심지어 그는 “과학적 발견에는 언제나 희생이 필요하다”며 자신의 신체까지 실험도구로 활용한다. 육중한 추가 지나가는 경로에 머리를 넣는가 하면, 자기장의 원리를 설명하게 위해 자신의 몸을 30만 볼트의 고압으로 충전하기도 한다. 자유낙하와 포물선의 원리를 설명하려 높은 곳에서 떨어뜨린 원숭이 인형을 골프공을 쏴서 맞춘다.
생동감 넘치는 증명이 가득한 강의다. 그가 이런 강의를 구상하고 준비하는데 기울이는 노력은 상상을 초월한다. 늘 강의 아이디어를 구상하는 것은 물론이고 매번 강의 때면 빈 강의실에서 3번의 연습을 한다. 마지막 연습은 강의가 있는 날 오전 5시에 한다. 강의할 때 입을 옷과 장신구까지도 따로 준비한다. 수업 중에 입는 푸른 작업복과 왼손에 끼고 있는 커다랗고 투명한 핑크색 반지 등이 그것이다. 사실 푸른 작업복은 몇 년에 한 번씩 홍콩 재단사에서 10여 벌씩 특별히 주문하는 고급 면제품이다. 또한 매일 아침 40개의 반지와 35개의 브로치와 10여 개의 팔찌 및 목걸이 가운데서 몇 가지를 골라 치장한다. 셔츠에는 넥타이 클립처럼 특별히 디자인된 시계가 끼여 있다. 자판이 거꾸로 돼 있어서 르윈 교수는 강의 중에 시계를 흘낏 보면서 시간을 확인할 수 있다. 가르치는 이의 열정에다 수많은 준비의 시간이 더해진 강의는 학교 밖으로 나와 인터넷 동영상으로 옮겨졌고, 그 강의를 한 해 100만 명이 보고 있다. 지난 2007년 12월 르윈의 MIT 강의는 미국 뉴욕타임즈 1면 머리기사로 소개되기도 했다.
저자는 학생들이 모두 물리학자가 되지 않는 이상 복잡한 수학보다 그들이 얻는 ‘발견의 아름다움’을 기억하도록 하는 게 훨씬 중요하다고 믿는다. 그래서 그는 강단 아래 학생들이 세상을 다른 방법으로 보도록 돕는데 최선을 다한다. 그러니 물리학의 법칙들을 말하면서도 흥미진진한 사례와 예시들이 끊임없이 등장한다. 물리학이 수식과 계산으로 드러나는 것이 아니라, 세상의 모든 현상의 이유에 대한 탐구로 이어지는 것이다. 물리학을 복잡하고 난해한 학문이 아닌 세계의 원리를 깨닫게 하는 즐거운 학문이자 예술의 경지로 승화시켰다.
이런 강연을 묶은 책이니 역시 흥미진진할밖에…. 무지개는 왜 생기는지, 현악기와 관악기는 왜 아름다운 소리를 내는지부터 우주의 중성자성과 블랙홀에 이르기까지 두루 다룬다. 저자의 전공 분야인 천체 물리학 쪽으로 들어가면서부터는 전문용어나 짧은 수식이 자주 등장한다. 물리학 쪽에 관심 있는 독자라면 더할 나위 없겠지만, 일반 독자들이 읽어내기에도 그다지 무리가 없다. 책 중간 중간에 예시로 드는 그림이나 동영상 등이 올려진 인터넷사이트로 연결되는 QR코드를 실어놓아 그때그때 찾아볼 수 있도록 해놓았다.
책은 독자들에게 딱딱하고 건조하게만 느껴졌던 물리학이 때로는 얼마나 매혹적일 수 있는지를 알려준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젊은이들에게 이 장엄한 분야를 사랑하고 깊이 음미하도록 해줄 수 있다는 게 참으로 고마운 특권’이라고 생각한다는 열정 넘치는 한 노학자의 모습에 더 탄복하게 될지도 모르겠다.
박경일 기자 parking@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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