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억원 기부 백만장자… 오두막서 행복을 품다

100만원의 행복 카를 라베더 지음, 손희주 옮김 / 나무위의 책

인생을 풍요롭고 유쾌하게 살아가는 데는 많은 돈이 필요하지 않다. 한 음악평론가 친구는 “빈집을 개조해 거주하고, 텃밭을 가꾸면서 시골에서 살 경우 월 30만 원 정도면 최소한의 생활이 가능하다. 돈 때문에 가족과 건강까지 잃어 가며 일하는 것은 바보 같은 짓이다”라고 말한다. 절제와 단순하고 검소한 삶, 스스로 많이 갖지 않는 자발적인 가난이 병든 사회를 소생시키는 처방전이라고 믿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다. 이 책의 저자도 “내가 번 돈 전부를 가지고도 그토록 갈망하는 만족감과 행복함을 살 수 없다면 그 많은 돈이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라고 설파한다. 그는 실제로 자신의 편안한 삶에 따르는 모든 과시적 요소를 포기한 아름다운 돈키호테다.

50세가 된 2010년 오스트리아의 백만장자였던 저자는 100억 원에 가까운 재산을 아무 조건 없이 다 내주고 행복과 자유를 선택해 전 세계적인 화제를 불러일으킨 인물. 저자는 숲 속의 작은 오두막으로 이사한 뒤 한 달에 1000유로(환율로 약 150만 원, 물가와 생활수준을 감안했을 때 100만 원 정도)의 생활비를 직접 벌어 살아가고 있다. 이전 백만장자였던 사람이 가진 것은 배낭 두 개에 들어갈 만큼 줄어들었다. 하지만 저자는 생애 처음으로 마음이 편안해졌고 “지금이 훨씬 행복하다”고 말한다. 책에는 저자가 이 같은 결심을 하게 된 배경과 철학, 수십 억 원짜리 집을 제비 뽑아 판매한 이야기 등이 담겨 있다.

저자는 30대 초반에 이미 은퇴해도 될 만큼 많은 부를 쌓았다. 특유의 성실함과 창조적 수완으로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았고 세상에서 부러울 것이 없었다. 하지만 부와 사치가 행복을 가져다 주지 못한다는 것을 우연한 기회에 깨닫게 된다. 부는 단지 짐으로밖에 느껴지지 않았다는 것. 남미 여행을 하면서 유럽보다 경제적으로 훨씬 뒤떨어진 삶을 사는 그들이 훨씬 더 큰 행복을 누리고 있다는 것을 깨닫고 감동과 충격을 받는다.

그는 책에서 “중남미에서 만난 사람들이 보잘것없는 형편이면서 옷도 단출하지만 진정 행복해 보였다. 거의 미라에 가까운 사람들로 가득한 프랑크푸르트공항에 서 있을 때보다 그들 사회 속에 훨씬 더 행복을 느꼈다’고 썼다. 우연한 기회에 빌려준 적은 돈(약 70만 원)으로 한 가족이 살아나고 그들의 경제적 자립을 도울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책에 따르면 50유로(약 8만 원)만 있어도 충분히 생활의 기반을 세워나갈 수 있는 나라들이 굉장히 많다. 그는 소유했던 것을 차례로 조금씩 팔아서 소액대출을 위한 단체를 세웠다. 마침내 자신의 모든 재산을 기부하고 ‘마이 마이크로 크레딧’이라는 기관을 세워 가난한 나라 사람들의 경제적인 독립을 돕고 있다.

책은 돈에 얽매이는 순간 우리는 무력한 존재가 되며 불행해진다는 놀랍고 강렬한 메시지를 전달한다.

예진수 기자 jiny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