宋 황제는 독재자? 天理 거스르는 통치 없었다네

중국 제국을 움직인 네가지 힘 / 미조구치 유조 외 지음, 조영렬 옮김 / 글항아리

일본 학계에서는 흔히 중국 송나라 이후의 정치제도를 군주독재체제라고 부른다. 당나라까지의 귀족시대와 달리, 정치적 결재를 황제가 모두 전담하게 됐기 때문이다.

명청 시대에는 정식 재상직마저 폐지돼 재상을 두는 일이 없었으며 제국의 구석구석에 황제의 눈이 밝게 빛나도록 제도설계가 이뤄져 있었다. 그런데 고지마 쓰요시(小島毅) 도쿄(東京)대 교수는 책에 실린 제2장 ‘당송의 변혁’을 통해, ‘독재’라는 말에는 주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군주독재체제라는 용어는 ‘황제 한 사람이 결재한다’는 의미이지, ‘황제가 제멋대로 할 수 있다’는 의미는 아니라는 것이다. 물론, 청나라 옹정제(세종) 같은 예외적인 사례도 있지만 중국의 황제가 동시대의 유럽인이 떠올리고 있는 만큼 강대한 권한을 갖고 있지는 않았다고 고지마 교수는 강조한다. 천명을 받은 황제는 천리의 체현자(體現者)였으며 바로 그렇기 때문에 천리를 일탈하는 자의적 통치를 하는 게 허용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난 2010년 타계한 미조구치 유조(溝口雄三) 도쿄대 명예교수가 책임편집한 책은 ‘진한제국의 천하통일’과 ‘당송의 변혁’ 등 중국 역사상의 네 가지 커다란 변동기에 초점을 맞춘 뒤 이런 변동을 통해 탄생한 역사의 변화상을 내재적인 시각에서 설명하고 있다.

중국사상사 연구의 거장인 미조구치는 책의 후기에서 중국의 역사가 오랜 기간 서양중심주의 시각에 의해 왜곡당해왔다고 주장한다.

이케다 도모히사(池田知久) 도쿄대 명예교수 등 일본의 최고 전문가 3인이 공동집필한 책은 왕조사 스타일을 탈피하고 서양중심주의는 물론, 중국과 일본의 입장도 상대화한 열린 서술을 추구한 것이 특징이다. 이 같은 작업을 통해, 저자들은 중국의 공산혁명이 16세기부터 이어져온 중국 향리 공간의 상호부조 전통이 무르익은 가운데 출현할 수 있었으며 신해혁명(1911)은 2000년 이래 왕조제를 붕괴로 이끈 획기적인 혁명이었다는 평가 등을 제기하고 있다.

최영창 기자 ycchoi@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