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아내·딸로 살아가는 ‘여성들의 민낯’

Mom:전세계 엄마들의 사생활 / 위안싱페이 지음, 김수연 옮김 / 태학사

그녀들의 애환이 정겹고 눈물겨우면서도 환하다. 20개국의 평범한 가정에서 엄마, 아내, 딸로 살아가는 21명의 여성들 얘기다. 하루 종일 농사일을 하고, 도망간 가축을 찾아 몇 시간이나 헤매다 지쳐서 침대에 쓰러지고, 어떤 여성은 자신과 아이들의 생일도 모른다. 고단한 삶 속에서 달팽이 걸음으로라도 희망을 찾아 움직이는 여성들의 민얼굴이 진한 감동으로 다가온다.

모두 여자로 구성된 17명의 취재진은 2년이라는 취재기간 동안 알바니아, 러시아, 브라질, 쿠바, 멕시코, 아이티, 이탈리아, 미국, 에티오피아, 일본, 부탄 등 지구 곳곳을 돌아다니며 여성들과 수다를 떨고, 때로는 조용한 대화를 나눴다. 어떨 때는 내밀한 얘기도 오갔다.

책은 사진 다큐멘터리 프로젝트로 진행된 ‘우리 집을 공개합니다’의 후속이다. 전작은 가족별로 소유물을 모조리 집 앞에 늘어놓고 찍은 특별한 사진과 함께 다양한 가족들의 삶을 담았다. 저자들은 당시 여성들이 항상 남성 뒤로 물러나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고, 이후 여성들의 꿈과 희망, 자녀와 남편에 대한 생각, 가장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것 등에 대해 질문하겠다고 결심한다.

저자들은 급변하는 사회 속에서도 삶이 정상적으로 지속되는 이유는 엄마들이 태초부터 해오던 일, 즉 자녀들을 입히고, 씻기고, 재우고, 먹이고, 살리는 일들을 묵묵히 수행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아프리카 말리의 파투마 콘도(34)는 수마나 나토모의 두 아내 중 첫 번째 아내다. 그는 남편이 4명의 아내를 둔다고 해도 운이 좋다고 생각한다. 파투마 콘도는 항상 첫째 부인이어서 결정권이 있고, 다른 부인들이 자기 일을 도와줄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나는 엄마에게 버려졌어요. 절대 내 아이들에게는 그렇게 하지 않을 거예요. 다리 밑에서 살게 된다고 해도 아이들과 함께할 거예요. 나는 아이들에게 엄마이기만 한 것이 아니고, 친구이자 엔터테이너이기도 하지요.”(브라질의 마리아 두스 안주스 페헤이라) 그가 낳은 첫 세아이의 아버지는 마약과 알코올 중독으로 숨졌다. 다리가 기형으로 태어난 막내는 수술을 2번 받았다. 아이를 데리고 병원을 다니느라 마리아는 버스표 판매원 일자리를 잃었다. 막내의 아버지와도 헤어져 아이 4명을 데리고 친구 집으로 들어갔다. 마리아의 소박한 꿈은 아이들을 위해 내 집을 갖는 것이다. 막내와 함께 노는 그의 얼굴을 해맑기만 하다.

태국 치앙마이의 양장점에서 남성용 셔츠에 단춧구멍을 꿰매는 일을 하는 부아펫 콴깨우는 “나는 항상 행복한 쪽을 바라본다”고 말한다. 그러면 모든 것이 순조롭고 괜찮게 여겨지고, 어떤 것도 자신을 슬프게 만들지 못한다는 것. 그는 “아버지와 할아버지가 돌아가셨을 때도 무너지지 않았다”고 했다. 이왕 살아가는 것, 즐겁게 살아가겠다는 태도다. 오소희 여행작가는 “하루 종일 김을 매면서도 어린아이에게 짜증 한번 내지 않고 젖을 먹이는 여인들, 여덟아이들을 주렁주렁 안고서 ‘아이들이야말로 나의 행복이라고 말하는 평화로운 젊은 엄마들, 그들의 삶을 대하는 끈질기면서도 나긋한 자세에서 오늘날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것을 배운다”고 추천사를 썼다.

책은 평범한 여성들의 삶 속에도 드라마가 담겨있다는 것을 다양한 프리즘으로 보여준다. 저자 중 한 명인 페이스 달뤼시오는 “개발 도상국의 여성들은 스스로의 삶에 대해 반추하는 사치를 누릴 기회가 더 적었기 때문인지 질문-답변 형식으로 가는 경우가 많았지만 예외가 있다”며 “부탁 가족의 여성 가장인 날림은 가난하고 글도 모르지만 자신과 가족의 삶에 대해 굉장히 적극적이고 유려하게 이야기했다”고 썼다.

예진수 기자 jiny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