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에 빠진 사람 구조 안해도 왜 처벌 않을까?

법은 왜 부조리한가 / 레오 카츠 지음, 이주만 옮김 / 와이즈베리

무척 흥미로운 책이다. 하지만 읽는 데는 상당한 집중력을 요구한다. 결코 만만한 책이 아니라는 말이다. 법의 허점과 부조리함을 갖가지 실례를 통해 명쾌하게 보여주는 책은 마치 마이클 샌델의 ‘정의란 무엇인가’를 법 체계에 적용한 듯하다. 즉, 논리적 추론 과정을 통해 법의 맹점을 보여주고, 읽는 이로 하여금 판단해보게끔 유도하는 것이다.

예컨대, 이런 문제를 풀어보자. 형벌 제도를 혁신하고 싶은 한 의원이 교도소 유지비를 획기적으로 절감할 방안을 내놓았다. 그가 도입하려는 제도는 ‘자발적 고문제도’다. 의원은 이렇게 주장한다. “형벌의 핵심은 고통이다. 고통 없이는 범죄를 억제하거나 응징할 수 없다. 현행 교도소는 고통을 전가하는 수많은 제도 가운데 하나일 뿐이며, 더욱이 가장 비용이 많이 드는 방안이다. 죄수를 장기간 감금하고 그 삶을 고통스럽게 만드는 것이 교도소의 기능이라고 할 때 우리는 훨씬 비용이 적게 드는 방법으로도 동일한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즉, 매우 짧은 기간 죄수의 삶을 아주 고통스럽게 만드는 것이다. 더욱이 이 제도는 범죄를 억제하고 응징하는 효과를 충분히 거두면서도 비용은 조금밖에 들지 않는다.”

의원이 주장하는 제도의 핵심은 ‘자발적’이라는 것이다. 죄수 본인이 ‘요구’하지 않으면 아무도 고문하지 않으며, 설사 요구했더라도 정신이 온전한 상태에서 결정한 것인지, 혹은 자신이 무슨 일을 하려는지 제대로 인식했는지 확신할 수 없다면 역시 고문하지 않는다. 다시 말해, 모든 죄수는 선고받은 형기를 그대로 복역하는 기존 안을 선택할 수도 있고, 오랜 형기를 채우는 대신 고문당하는 대안을 선택할 수도 있다. 어떤가, 합리적인 것 같지 않은가. 하지만 이 같은 주장엔 맹점이 숨어 있다(책에서 확인해 보시길).

또 다른 예로, 신장 매매 문제를 들 수 있다. 신장을 필요로 하는 사람에겐 생명이 걸린 일이고, 자발적으로 신장을 파는 사람에겐 건강에 별다른 지장이 없고 게다가 금전적 이득을 얻어 생활을 개선할 수 있는데 법은 왜 이런 거래를 금지할까. 단순히 인간의 상품화나 도덕적 문제를 들어 부정하자는 것이 아니다. 논리적 추론을 통해 ‘법적으로’ 금지하는 것이 타당함을 보여준다.

저자는 이처럼 우리가 별다른 의문없이 받아들이고 있는 법의 부조리한 측면을 제시한다. 법의 허점을 찾아 탈세를 하는 개인과 기업들도 상당히 많다. 그러나 세금을 줄줄 새게 만드는 법의 허점이 존재하는 것을 알면서도 이를 없애지 못하는 이유는 뭘까. 왜 법은 좀도둑질처럼 사소해 보이는 행위는 처벌하면서, 물에 빠진 사람을 구조하지 않은 수영선수 같은 반인륜적인 행위는 처벌하지 않을까.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런 문제에 대해 감정적인 불편함만을 느낄 뿐 그 이유를 명확히 알지 못한다. 특히 우리의 도덕적 정서에 비춰 매우 악랄해 보이는 범죄가 기대보다 훨씬 더 약소한 처벌 판결을 받으면 사람들은 분노하기 마련이다. 나아가 이 같은 문제의 원인이 사법과 입법의 제도적 문제 혹은 정의가 지켜지지 못하는 사회적 문제로 그 원인을 소급하곤 한다. 그러나 문제는 그렇게 간단치 않다. 결국 법 체계가 갖고 있는 논리적 문제에서 비롯되는 것임을 저자는 누누이 설명하고 있다.

저자가 경제학, 철학, 심리학, 정치학 등을 자유자재로 넘나들며 풀어내는 ‘법 이야기’는 주제에 비해 대중적이기까지 하다. 어려운 이론들을 쉽게 풀어내 배경지식이 없는 독자들도 충분히 읽을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다. 저자의 논리를 따라가다 보면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의 큰 틀을 규정하고 있는 법에 대해 보다 명료하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김영번 기자 zeroki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