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자 책읽기>의학계 혁신, 소비자에 달려있다

청진기가 사라진다 / 에릭 토폴 지음, 박재영·이은·박정탁 옮김 / 청년의사

디지털과 의료가 만나면서 의학의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 책은 역사에서 처음으로 인간을 디지털화할 수 있게 된 것이 현시점이라고 지적한다. 인간을 디지털화하는 것은 그 사람의 게놈, 즉 약 60억 개의 글자들(생명 코드)을 밝히고 정리하는 것이다. 휴대전화와 태블릿PC를 포함한 휴대용 무선 디지털기기들은 소셜 네트워크와 클라우드 컴퓨팅을 통해 ‘초연결(hyper-connectivity)’ 상태를 제공함으로써 우리의 삶에 급진적 변화를 가져왔다.

휴대용 초음파 측정기기가 청진기를 대체한다. 이미 페이스북과 슈퍼컴퓨터가 생명을 살리는 데 이용되고 있다. 역사상 처음으로 우리는 각각의 개인으로부터 필요한 정보를 취합해 정확한 치료를 할 수 있게 됐다. 혈액 속의 세포를 관찰한 뒤 혈관내벽 내피세포의 과다 유전자 발현을 찾아낼 수 있다. 그것을 모래알 크기의 나노센서에 연결해 확인할 수 있는 심장마비 애플리케이션도 만들 수 있다.

하지만 의학계의 디지털 혁신 속도는 더딘 편이다. 저자는 “보수적인 의사들의 저항 때문”이라고 지목하면서 그 해결책으로 ‘소비 혁명’을 제시한다. 환자가 접할 수 있는 양질의 건강 정보는 전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많아졌다. 환자들이 자신들의 권한을 더욱더 적극적으로 주장할 때 의학계에도 제대로 된 혁신이 일어날 수 있다. 소비자 중심적인 의료를 희망하는 사람들이라면 적극적인 행동에 나서야 한다는 뜻이다.

이근평 기자 istandby4u@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