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홍길 대장과 오르는 山>북한산? 삼각산?… 백운대·인수봉·만경대 세봉우리가 이룬 ‘삼각산’… 日帝 보고서엔 ‘북한산’

북한산 명칭에 대한 논란은 지난 1996년 강북문화원장의 ‘삼각산 이름 회복 운동’으로 시작됐다. 이후 당시 문화원장이 강북구청장에 당선되면서 지방자치단체 주도로 지금까지 이어져 오고 있다.

여러 차례 학술세미나를 개최하고 범국민추진위원회까지 구성, ‘삼각산 제 이름 찾기’ 캠페인을 벌이고 있지만 현재는 해당 지자체 간의 ‘갈등’으로 비화된 상태다. 강북구는 ‘삼각산’이란 명칭은 고려시대부터 1000년 넘게 사용됐기 때문에 북한산의 ‘본명’으로 제 이름을 찾아 줘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경기 고양시의 입장은 다르다. 북한산이라는 이름은 삼국시대부터 사용됐고, 고려와 조선시대에도 북한산에 대한 기록이 많다면서 명칭을 바꿔 시민들에게 혼란을 줄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북한산역사지리(김윤우 편저·범우사)’에 따르면 ‘북한산이란 산명은 본래가 산 이름이 아니라 백제 건국 이후 한강 이북 지역을 일컫던 지역명’이라는 주장과 함께 ‘삼각산이 북한산으로 불리게 된 원인을 일제강점기 조선총독부의 고적조사위원이었던 금서룡(今西龍)의 보고서 ‘경기도 고양군 북한산유적 조사보고서’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후 북한산이 본명처럼 돼 버린 것은 이 같은 역사적 배경을 모른 채 1983년도에 이 지역을 주변의 도봉산과 함께 ‘북한산 국립공원’으로 묶어 이름 지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이날 북한산행에 나선 엄홍길 대장은 “선배들로부터 백운대(白雲臺·836.5m), 인수봉(人壽峰·810.5m), 만경대(萬鏡臺·801m)의 세 봉우리가 삼각을 이루고 있어 ‘삼각산’으로 불렸다는 얘기를 들었다”며 “여기에 삼각산이 북한산으로 불리게 된 시점이 일제강점기였다는 점에서도 개인적으로는 ‘삼각산’이 맞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특히 해발 810.5m인 인수봉은 동서남북 사방에서 보는 모습이 각각 확연히 다른 것으로 유명하다.

동쪽인 서울 강북구 방향에서 본 모습이 많이 알려져 있지만 서쪽 경기 고양시에서 본 인수봉은 또 다른 ‘조형미’로 다가선다는 것이 등산객들의 말이다. 그래서 북한산-삼각산 명칭 논란이 인 것은 아니겠지만….

박광재 기자 kj59@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