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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게재 일자 : 2012년 07월 24일(火)
불행한 게 아니다 그냥 운이 없을 뿐
김애란 소설집 ‘비행운’ 페이스북트위터밴드구글
가장 주목받는 ‘2000년대 등단 작가’ 중 한 명인 김애란(32) 씨가 자신의 세 번째 소설집 ‘비행운’(문학과지성사)을 펴냈다. 지난해 독자들에게서 좋은 반응을 받았던 장편소설 ‘두근두근 내 인생’ 이후 처음으로 내놓은 소설집이다. 지난 2008∼2011년 4년간에 걸쳐 발표한 단편소설을 묶은 창작집의 수록작은 모두 8편. 이를 통해 김 작가의 작품세계가 어떻게 변모해왔는지를 엿볼 수 있다.

우선 가장 크게 눈에 띄는 대목은 서른을 넘긴 작가가 소설에서도 나이를 의식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 대표적인 작품이 단편 ‘서른’. 작가는 작중 화자(話者)의 입을 빌려 이렇게 진술한다.

“그동안 나는 뭐가 변했을까. 그저 좀 씀씀이가 커지고, 사람을 믿지 못하고, 물건 보는 눈만 높아진, 시시한 어른이 돼버린 건 아닌가 불안하기도 하고요. 이십 대에는 내가 뭘 하든 그게 다 과정인 것 같았는데, 이제는 모든 게 결과일 따름인 듯해 초조하네요. (중략) 세상에 아무것도 아닌 것은 없는데. 다른 친구들은 무언가 됐거나 되고 있는 중인 것 같은데. 혼자만 이도 저도 아닌 채, 아무것도 아닌 것이 되어가고 있는 건 아닐까 불안해져요.”

물론 수록작들에서 단순히 작가의 나이에 따른 변모만 읽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보다는 현실에서 벌어지는 불행의 악순환에 작가는 주목하고 있다.

예컨대 새벽 1시 아무도 없는 재개발 지역의 건물 잔해 위에서 양수가 터져 돌무덤에 주저앉게 된 임신부(‘벌레들’), 크레인 위에서 체불 임금을 요구하다 실족사한 아버지에 이어 어머니마저 당뇨 쇼크로 잃고 세상을 집어삼킬 듯한 홍수로 뒤덮인 흙탕물 속에서 사투를 벌이는 소년(‘물속 골리앗’) 등 작중 등장인물들은 한결같이 점점 악화되는 상황에 봉착한다.

하지만 작가는 이를 단순히 ‘불행(不幸)’이라고 말하지 않는다. 오히려 ‘행운이 아니다’라는 뜻의 ‘비행운(非幸運)’으로 명명함으로써 보다 담담하고 객관적인 거리를 유지하려고 한다. 물론 소설집의 제목인 ‘비행운(飛行雲)’은 ‘비행기가 남기는 가늘고 긴 구름’을 뜻한다. 즉 새로운 삶에 대한 동경(憧憬)의 상징이다. 그러나 ‘비행운’엔 ‘비행운(非幸運)’이라는 또 다른 뜻도 담겨 있다. 행운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불행도 아니라는 것이다. 운이 없고 쓸쓸한 등장인물들에게, 그리고 이들의 쓸쓸함에 공감할 독자들에게 작가는 “불행한 게 아니라 그냥 운이 없었을 뿐”이라고 위로하는 듯하다.

김영번 기자 zerokim@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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