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자 책읽기>해체와 재구성… 음악을 사색하라

라디오헤드로 철학하기 / 브랜든 포브스 외 지음 김경주 옮김 / 한빛비즈

1990년대 초반 혜성같이 등장한 록그룹 라디오헤드는 지금까지 비슷한 노선을 걸어온 다른 록 그룹과는 차원이 다른 변종(變種)이었다. 처음엔 ‘제2의 비틀스’처럼 여겨졌으나, 누구와도 같지 않은 자신만의 색깔로 대중음악계에 충격파를 끊임없이 선사했기 때문. 음반 ‘키드 에이(Kid A)’부터 대중의 입맛을 철저히 배반하는 독특한 음악으로 승부수를 띄운 이들은 그 난해한 음악성만큼 다양한 해석의 여지를 남기며 논란을 부추겼다.

그런 의미에서 라디오헤드의 음악은 포스트모더니즘이 추구하는 해체주의의 역학에 가장 알맞은 재료로 부상해 철학의 사유에서도 깊이 논의될 정도였다. 이 책은 ‘브릿 팝’과 ‘모던 록’의 전통을 비켜간 그들의 음악을 인문학과 철학의 영역에서 다양하게 고찰한 사유서다. 이 밴드의 예술적, 산업적 위치에 대해 철학적인 고찰을 시도하고, 음악과 가사, 획기적인 음악 유통 방식 등에서 철학적 사유의 가능성을 탐색한다. 니체, 알베르 카뮈, 장 보드리야르, 마르크스 등 현대 철학자들이 고민했던 근본적인 삶의 의미와 가치들을 이들의 음악에 포개 ‘논리적’으로 설명하는 것이다.

어떤 장르라고 딱히 규정지을 수 없는 모호함, 특히 허무주의적 감성과 따뜻한 서정성 사이에 걸쳐 있는 경계성의 음악은 더욱 많은 논리와 사유를 자극한다. 해체를 통한 새로운 조합이라는 이들의 음악만큼 철학적 입맛을 돋우는 예술도 없을 것이다.

김고금평 기자 danny@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