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릭스 시대의 종말… 차세대 주자는 한국 + 5국

브레이크아웃 네이션 / 루치르 샤르마 지음, 서정아 옮김 / 토네이도

세계 경제가 유럽에 걸려 비틀거리고 있다. 희망은 신흥경제권이지만 브릭스(BRICS, 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남아공)의 성장엔진도 빠른 속도로 식어가고 있다. ‘닥터둠(Dr. Doom·비관적 경제전망을 하는 사람)’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는 내년 세계 경제에 ‘퍼펙트 스톰’이 닥칠 것이라고 경고하고 나섰다. 바야흐로 위기 전문가의 전성시대다.

하지만 저자는 비관론에 함몰되지 않았다. 그는 마치 사막에서 우물을 찾듯 새로운 희망이 솟구치는 현장을 찾기 위해 아낌없이 발품을 팔았다. 출구가 보이지 않는 세계 경제의 대안을 찾기 위해 다양한 신흥국가들을 취재했다. 각고의 노력과 연구 끝에 세계 경제 위기를 돌파해 나갈 차세대 스타 국가들을 발굴하는 데 성공했다. 이들 국가가 위기에서 가장 빠르게 탈출한다는 뜻에서 ‘브레이크아웃 네이션(Breakout Nations)’이라고 정의했다.

구원투수로 등판할 신흥시장을 진단하기 위해 해당 국가의 1인당 국민소득은 물론 10대 갑부 순위, 급진 성향 정치인의 연설문, 암시장 환전상이 부르는 환율, 거대 독점기업의 이윤폭, 제2도시의 규모까지 도마에 올려놓고 분석했다.

저자는 브릭스의 시대는 막을 내렸다고 선언한다. 가파른 성장률을 기록해 왔던 중국 경제의 활력은 인건비 증가 등으로 급격히 사그라질 것이라고 전망한다. 브라질과 중국을 한 쌍으로 묶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일이라고 지적한다. 브라질은 세계 최대 원자재 수출국이며, 중국은 최대 수입국이다. 인도에 대해서는 더 부정적인 시각을 내놓는다. 비대해진 정부, 족벌 자본주의, 중국보다 훨씬 열악한 시설 구축 역량 등을 치명적인 문제점으로 꼽았다.

27명의 노벨 과학상·수학상·경제학상 수상자를 배출한 러시아 증시에는 세계적 기업이 단 한 곳도 없다는 점을 빼놓지 않는다. 신흥국 현지 물가가 선진국에서 온 방문객에게도 높게 느껴질 정도라면 그 나라는 브레이크아웃 네이션이 아닐 가능성이 높다는 잣대도 제시한다.

저자는 경제 올림픽이 있다면 한국은 유일무이한 금메달 후보라며 ‘브레이크아웃 네이션’으로 지목했다. 공식적으로 통계가 집계된 이후 50년 연속으로 5% 이상 경제성장률을 달성한 나라, 1인당 국민소득 2만 달러를 넘어서 성숙기 과정에 들어서고도 제조업 비중이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나라가 한국이라는 것이다. 남북 통일이 되면 철저한 훈련을 거친 인구 2400만 명이 경제활동 가능인구로 편입될 것으로 봤다. 폐쇄된 북한 경제권과의 통합 등 혼란기에도 재빠르게 적응할 것이라는 낙관론을 폈다.

브레이크아웃 네이션으로 한국 외에 체코, 터키, 폴란드, 인도네시아, 나이지리아 등을 꼽았다. 저자에 따르면 가장 성장 가능성이 높고, 향후 10년 동안 세계 경제의 새로운 축으로 떠오를 이들 국가는 장기 침체에 허덕이는 글로벌 위기를 타개할 단비와 같은 존재들이다.

다만 지금 경제 위기로 국가와 국가가 서로 물려 있는 상황이어서 저자가 브레이크아웃 네이션으로 꼽은 나라들이 세계 경제 위기를 딛고 재도약의 길로 나갈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한치 앞을 볼 수 없는 안개 상황 속에서 한 줄기 빛을 비추는 느낌으로 다가온다.

이런 흐름 속에서 서구의 행보는 어떻게 될까? 저자는 미국 제조업이 곧 부활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애플의 성공에서 알 수 있듯 미국에서 엄청난 경쟁 우위와 막대한 부를 창출하는 것은 소프트웨어 분야다.

예진수 기자 jiny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