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을 던져 알아낸 우리 몸의 모든 것

한권으로 읽는 건강 브리태니커/A J 제이콥스 지음, 이수정 옮김/ 살림

이런 책은 다시 없을 것이다. 물론, 이전에도 없었고 지금도 이 책과 똑같은 책은 없다. 저자 A J 제이콥스는 ‘한 권으로 읽는 브리태니커’로 우리에게도 널리 알려진 인물. 항상 ‘몸으로 직접 때운’ 경험을 책에 담아온 그가 이번에는 건강 실험을 실시했다. 소위 몸에 좋다는 각종 학설을 자신의 몸을 대상으로 직접 경험해 보고, 그 과정과 결과를 보여준다. 전작들과 마찬가지로 이번 책 역시 기상천외한 발상과 포복절도할 사연으로 가득하다.

저자는 ‘머리부터 발끝까지 최고로 건강해지기 위해’ 760여 일간의 프로젝트를 감행했다. 사소한 삶의 습관까지도 바꿀뿐더러 각 분야 전문가들의 조언에 따라 수십 종의 운동과 식단을 몸소 실천했다. 실험의 대상이 되는 특정 신체 부위도 다양하다. 위·심장·귀·엉덩이·면역계·생식기·신경계·대장·부신·뇌·내분비계·치아·발·폐·피부·눈꺼풀 안쪽·방광·생식선·코·손·등허리·눈·두개골 등이다. 어떤가. 일단 실험 대상만 보더라도 솔깃하지 않은가.

그중에 ‘생식기’를 보자. ‘더 많은 성생활을 위한 도전’이란 부제가 붙어 있는 ‘생식기’ 편은 ‘과연 섹스는 건강에 좋은가 아니면 반대로 건강을 해치는가’라는 질문으로 시작한다. 이와 관련한 각종 실험과 학설을 망라한 후 자신이 직접 성욕을 촉진하기 위해 아내와 함께 실험에 돌입한다.

우선, 특별한 밤을 위한 로맨틱한 식사. 브라질 땅콩, 셀러리, 땅콩버터, 홍삼, 아스파라거스, 호두 등 성욕을 증강시킨다고 알려진 음식이다. 어떤 건 혈관을 확장시키고, 어떤 건 남성 호르몬을 증가시키고, 어떤 건 페로몬 효과를 준다고 알려져 있다.

그다음 특별한 용액이 담긴 워터 스프레이를 침실에 뿌린다. “어떤 연구에 보니까 이 향을 맡으면 여자의 은밀한 부위의 혈행이 최고로 좋아진다”는 설에 따라 제조한 특별 용액이다. 내용은? “굿 앤 플렌티(감초 향 나는 사탕 브랜드)하고 오이를 섞은 것”이다. 그 결과는? 직접 책에서 확인해 보시길.

또 다른 실험 하나. 쪼그려 앉아 용변을 보는 것과 좌변기에 앉아 일을 보는 것, 어느 쪽이 건강에 좋을까. 저자의 설명인즉슨 “편하게 앉는 자세는 쪼그려 앉기보다 대장에 무리를 가해 치핵을 더 크게 만든다. 한 이스라엘 과학자가 낮은 플라스틱 통을 깔고 피실험자들을 쪼그려 앉게 하고, 높은 변기 위에 엉덩이를 대고 앉게 해서 용변을 보게 한 다음 결과를 비교했다. 그랬더니 쪼그려 앉은 사람은 한 번 변을 보는 데 51초, 편하게 앉은 사람은 130초가 걸렸다. 게다가 쪼그려 앉은 쪽이 용변이 훨씬 수월하다고 증언했다.”

이 증언에 따라 저자는 ‘자연의 플랫폼’이란 용변 보조기구를 구입, 직접 쪼그려 앉아 용변보기를 실험했다. 몇 주 동안 ‘자연의 플랫폼’을 사용한 결과 “확실히 속도가 빨라졌다.” 하지만 이제 화장실에서 편하게 앉아 독서하는 것은 “물 건너갔다.”

이 밖에도 저자가 자신의 몸을 대상으로 행하는 각종 실험은 기기묘묘하기까지 하다. ‘러닝머신 책상’을 개발, 운동을 하면서 글을 쓰기도 하고, 맨발로 땅 위를 걷는 원시인 운동, 식사 대신 주스만 마시는 식이요법 등 몸에 좋다는 수십 종의 운동법과 식사법을 직접 체험한다. 그리고 이에 따른 몸의 변화과정을 세세하게 기록하고 있다. 참고로, 저자는 이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몸무게를 7.1㎏ 감량했으며, 허리 사이즈를 두 단계 줄였고, 체지방 비율을 절반 이상으로 줄였다. 그리고 1.6㎞를 뛰는 데 7분이 채 걸리지 않게 됐다.

그러나 다양한 실험 끝에 저자가 내린 결론은 의외로 단순하다. “더 많이 씹을 것이다. 더 많이 걷고, 더 많이 콧노래를 부르고, 더 많이 개를 쓰다듬을 것이다. 냉수를 마시고, 명상하고, 많이 감사할 것이다. 결혼생활을 유지하고, 성생활을 가뭄에 콩 나듯 하지 않을 것이다.”

김영번 기자 zeroki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