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 되는 루머, ‘약’ 되게하는 방법은?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배우 고소영이 출연한 SBS 예능 프로그램 ‘힐링캠프’의 한 장면.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루머사회/니콜라스 디폰조 지음/흐름 출판

#몇년 전 배우 고소영이 모 재벌가 아들의 아이 낳은 후 소문을 피하기 위해 장동건의 빚을 해결해주고 그와 결혼했다는 루머가 나돌았다.

이에 대해 침묵하던 고소영은 지난 16일 SBS ‘힐링캠프’에 출연해 “처음엔 장난치고는 심하다 생각했는데 인터넷을 통해 겉잡을 수 없이 퍼져나가더라. 여자로서 수치스러웠다”며 눈물을 쏟았다.

#한 외국계 의류업체는 구조조정 계획을 발표했다. 사측은 인력감축의 당위성과 규모가 30명선이라는 것 말고는 어떤 것도 알려주지 않았다. 이후 사내에서는 육아를 병행해야하는 기혼 여성 위주일 거라는 소문이 퍼졌고 급기야 30대 여성이 타깃이 될 것이라는 구체적인(?) 추측이 나돌았다.

결국 회사가 명단을 채 발표하기도 전에 육아휴직을 마치고 복귀한 여직원과 30대 여성 몇몇이 스스로 사표를 쓰고 회사를 떠났다.

루머가 난무하는 사회다. 희생자는 고소영과 같은 한 개인일 수도 있고 집단이나 국가일 때도 있다.

루머의 진원지는 대부분 확실치 않으며 입이나 인터넷을 통해 유포되고, 두번째 사례의 의류업체처럼 특수한 목적 아래 의도적으로 확산될 경우도 있다.

심리학 박사이자 루머 전문가(세상에 별 직업이 다 있다)인 저자는 이 책에서 루머의 메커니즘에 대해 해부한다. 누가 소문을 만드는가, 어떤 과정으로 퍼지는가, 왜 루머를 믿을까 등 소문을 둘러싼 인간의 심리와 사회적 현상을 분석한다.

저자는 인간이 사회적·관계적 존재인 탓에 소통의 방편으로라도 소문은 생성되기 마련이며, (잘났거나 못났거나 간에) 세상을 이해하는 수단으로 소문을 믿을 수 밖에 없다고 말한다.

그래서 사람들은 소문을 공유할 때 친밀감을 넘어선 소속 의식을 느끼며 루머를 빨리 접하는 사람은 타인에 비해 자신이 우월하다고 여기는 경향이 뚜렷하다고 전한다.

즉, 루머는 안타깝게도(?) 인간의 사회성을 가늠하는 척도로 간주되기도 한다는 것.

전작‘루머 심리학’(2008)의 확장판이라 할 수 있는 이 책은 루머에 대한 시비 판단을 보류하고 본질과 위력을 중립적 시각으로 분석했다는 점에서 흥미롭다.

더 나아가 ‘빼도 박도 못할’소문에 휘말리더라도 논리적으로 반박만 잘하면 ‘역전’도 가능하며, ‘좋은 루머’는 재미와 지혜까지 제공해준다는 희망적 메시지를 전하는 것도 잊지 않는다. 세계를 뒤흔든 각종 루머를 담아 읽는 재미도 쏠쏠하다.

결국 저자는 루머를 통해 인간과 세상의 본질을 알아보고, 아이러니하게도 루머로써 진실에 다가가는 법을 가르쳐주고 있는 것이다. ‘소문은 빨리 여행하지만 그 뒤에 남은 진실은 오래토록 머문다’는 윌 로저스의 말과 크게 다르지 않다. 곽윤정 옮김.

박미영 기자 mypark@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