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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게재 일자 : 2012년 08월 13일(月)
“냉전 자유주의, 21세기 한반도에도 유용한 유산”
■ 아산정책硏, 6人의 사상가 릴레이 조명 프로젝트 페이스북트위터카카오톡밴드
아산정책연구원이 국제회의와 평전 발간 등을 통해 새롭게 조명할 20세기 서구와 일본의 대표적인 냉전 자유주의 사상가들. 왼쪽부터 이사야 벌린, 마이클 오크숏, 프리드리히 폰 하이에크, 칼 포퍼, 레이몽 아롱, 마루야마 마사오. 아산정책연구원 제공
이사야 벌린(1909~1997)과 마이클 오크숏(1901~1990), 프리드리히 폰 하이에크(1899~1992), 칼 포퍼(1902~1994), 레이몽 아롱(1905~1983), 마루야마 마사오(1914~1996). 20세기 서구와 일본을 대표한 정치·경제사상가였던 이들 6명의 특징은 무엇일까.

2차 세계대전 직후 옛 소비에트 연방(소련·1922~1991)과 미국을 중심으로 한 서구 진영 간 대립이 본격화한 냉전시대에 살면서 전체주의에 맞서 싸운 서구의 자유주의 사상가들이란 점이다. 이들은 사회주의로 대표되는 좌파 전체주의는 물론, 파시즘과 매카시즘 같은 우파 전체주의에도 맞서 자유민주주의의 가치를 지켜내고자 노력했다.

서구에서 ‘냉전 자유주의 사상가’들로 불리는 이들 6명을 조명하는 프로젝트가 13일 첫 국제회의를 시작으로 2013년 6월까지 국내에서 진행된다. 아산정책연구원은 13일 서울 종로구 신문로 연구원에서 ‘이사야 벌린의 냉전 자유주의’를 주제로 국제회의를 연 데 이어 14일 오전 10시 같은 장소에서 벌린의 제자이자 캐나다 자유당 대표를 지낸 정치가인 마이클 이그나티에프가 쓴 평전인 ‘이사야 벌린’(아산정책연구원) 한국어판 출판기념회를 개최한다.

13일 열린 국제회의에는 이홍구(전 국무총리) 서울국제포럼 이사장과 얀 베르너 뮬러 미 프린스턴대 교수 등 아시아와 유럽, 북미의 전문가들이 참석해 동아시아에서 벌린 사상이 갖는 현재적 의미 등에 관해 토론을 벌였다.

‘아산 냉전 자유주의 프로젝트’로 명명된 이번 행사는 벌린에 이어 오크숏(10월)과 하이에크(12월), 포퍼(2013년 2월), 아롱(2013년 4월), 마루야마(2013년 6월) 순으로 이어진다. 벌린 등 6명의 사상가 모두 국제 전문가 초청 국제회의와 평전의 한국어판 출판기념회란 동일한 형식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함재봉 아산정책연구원장은 지난 10일 연구원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세계적인 차원에서 냉전은 끝났지만 한반도에선 아직도 냉전질서가 유지되고 있는 상황에서 냉전이 어떻게 서구에서 종식됐으며 서양 주류 지식인들은 이 문제를 어떻게 천착했는가를 보여주기 위해 이번 프로젝트를 마련했다”고 말했다.

함 원장은 또 “네오콘(신보수주의자)들은 로널드 레이건 미 대통령 시절 군비경쟁을 통해 옛 소련을 무너뜨렸다고 주장한다”며 “하지만 냉전 종식의 이면에는 그보다 훨씬 더 복잡하고 깊이 있는 흐름과 논쟁이 있었으며 이 과정에서 벌린과 포퍼, 하이에크 등 냉전 자유주의 사상가들이 중요한 역할을 수행했다”고 덧붙였다.

‘아산 냉전 자유주의 프로젝트’의 첫 번째 대상인 벌린은 바로 이 점에서 냉전 자유주의를 대표하는 사상가라고 할 수 있다. 러시아계 유대인으로 1909년 라트비아의 리가에서 태어난 벌린은 13세 때 러시아를 떠나 영국으로 이주한 뒤 옛 소련의 탄생과 몰락 과정을 모두 지켜본 인물이다.

벌린과 주변 인물들을 10년 동안 대화 또는 취재해 평전을 쓴 이그나티에프는 ‘이사야 벌린’의 한국어판 서문에서 “냉전 자유주의는 한물간 과거의 유물이 아니라 오늘날의 우리에게 매우 유용한 유산”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냉전 자유주의의 덕목으로 ▲역사 앞에서 겸허한 태도를 취하는 것 ▲잘못된 것에 대해 단호하게 저항하는 자세 ▲관계에 있어서의 개방성 ▲반대편으로부터도 배운다는 열린 태도 등을 제시한 뒤 “벌린은 이러한 기질을 몸소 구현한 인물이었다”고 밝혔다.

최영창 기자 ycchoi@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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