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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게재 일자 : 2012년 08월 17일(金)
강소국으로 사는 비결 ‘물의 도시’에서 배운다
척박한 환경의 120개 섬들 수백개 다리·운하로 연결 페이스북트위터밴드구글
부의 도시 베네치아 / 로저 크롤리 지음, 우태영 옮김 / 다른세상

‘바다의 도시’로 유명한 이탈리아 베네치아는 연간 4㎜씩 가라앉고 있다.

20세기 100년 동안 행해진 무분별한 지하수 채취는 베네치아를 120㎜나 침강하게 만들었다.

아름다운 베네치아를 해수면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물막이 벽을 세우는 수십 억 달러 규모의 공사가 진행 중이다.

베네치아는 시련을 딛고 밝고 찬란했던 영광을 재현할 수 있을까.

만약 그들이 11~15세기 조상들의 지혜를 배운다면 영원히 역사가 숨쉬는 도시로서, 세계적인 영화제와 ‘미술올림픽’ (베니스비엔날레)을 즐기려는 인파가 모이는 도시로서의 영예를 이어갈 수 있다.

과거 베네치아 공화국은 막강한 해군력을 지니고 있었음에도 전쟁이 아닌 인내심과 탁월한 조직력을 바탕으로 경쟁자를 물리쳤다.

베네치아는 끊임없이 물의 위협 속에 살면서도 자연의 악조건을 극복하면서 오히려 거대한 해상제국을 만드는 드라마를 연출했다.

오늘날에도 수많은 국가와 글로벌 기업들이 베네치아의 역사와 절묘한 외교 정책을 배우기 위해 보따리를 싸고 베네치아로 향한다.


글로벌 불황으로 절망에 빠진 국가와 기업들일수록 베네치아에서 새로운 활력과 희망을 발견할 수 있다. 무역로가 단절될 경우 빛나는 건물들이 즉각 붕괴될 것이라는 끝없는 두려움 속에 살면서도 베네치아 사람들은 끊임없이 창조적 노력을 기울였다.

저자는 베네치아 제국의 건설은 “용기와 이중성, 행운, 인내, 기회주의 그리고 주기적으로 발생하는 대재앙에 대한 이야기였다”고 쓰고 있다. 그럼에도 국제 보세창고와 가상도시 기능까지 갖춘 환상적 수상 제국을 건설할 수 있었던 것은 역경을 딛고 일어서는 인간의 위대함을 말해준다. 베네치아는 120개의 작은 섬과 실핏줄처럼 이어진 180개 운하, 410개의 다리로 연결된 예술작품 같은 도시다. 하지만 이 도시는 진흙 속에 박아놓은 오크나무 말뚝 위에 위태롭게 존재했으며 습지에서 마술처럼 수경법으로 자라는 도시였다.

저자는 “전 세계에서 오직 베네치아인만이 사고팔기 위해 조직됐다”고 역설한다. 셰익스피어의 ‘베니스 상인’이 묘사하듯 베네치아인들은 뼛속까지 철저한 장사꾼들이었다. 베네치아는 다른 유럽국가들에 십자군 원정에 필요한 무장선박 등을 공급하면서 엄청난 부(富)를 챙겼다. 이는 중세기 최대의 거래였다. 베네치아 상인들은 리스크, 수입과 순익을 과학적으로 정밀하게 계산했다. 거대한 해상제국은 무력보다는 현금으로 유지됐다. 베네치아는 동서양이 종교문제로 팽팽하게 대립하던 시기에 이슬람과 지속적인 관계를 맺은 최초의 유럽강대국이었다.

그들은 육지와 바다, 동방과 서방이라는 두 세계 사이에서 살았지만 그 어디에도 속하지 않았다. 베네치아는 비잔틴 제국의 수도인 콘스탄티노플에 있는 황제에게 종속됐다. 하지만 그들은 동시에 라틴 가톨릭교도들이었으며, 명목상으로는 비잔틴 교회의 적(敵) 그리스도인 교황에 복속했다. 이들 세력의 틈바구니에서 베네치아인들은 특별한 자유를 누리기 위해 싸워야 했다. 교황에게 여러 차례 저항했고, 교황은 도시 전체를 파문했다. 그들은 정부의 독재적 조치에 반항했고, 스스로 공화국을 세워 도제(doge·지도자)가 이끌게 했다. 그들의 성공 비밀은 규칙성이었다. 시간을 중시했고, 항해의 연중 패턴은 유럽 영역을 훨씬 벗어난 계절의 주기를 따랐다. 배송을 예측할 수 있어야 한다는 현대 유통학의 원리도 일찍부터 터득했다. 베네치아인들의 통화인 두카트는 당시의 국제통화였다. 정부 정책은 경제적 목표에만 맞추어져 있었다. 정치인 계층과 상인 계층 사이의 구분은 없었다.

현대 민주국가의 삼권분립과는 다르지만 권력의 3대 중심부인 도제 궁전, 리알토(중심거리), 병기창은 각각 정부, 무역, 군사력을 대표했다. 일찍부터 더 넓은 세계와 관계를 맺고 생존의 방정식을 터득해 나갔다. 베네치아 공화국은 하나의 거대한 회사이면서 유럽과 동방이라는 두 경제체제가 서로 맞물려 돌아가게 하는 톱니바퀴였다.

소금과 생선뿐이던 베네치아가 다른 나라들보다 수세기나 앞서 나간 행보를 보였다는 점이 놀랍다. 베네치아로부터 우리는 무역과 뛰어난 항해술뿐만 아니라 외교·국가체제·역경을 이겨나가는 지혜를 배울 수 있다. 책은 소설보다 재미있고 생생하게 500년 이상 동부 지중해의 지배자였던 베네치아인들의 역사를 풀어나가고 있다.

예진수 기자 jinye@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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