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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게재 일자 : 2012년 08월 17일(金)
정보의 홍수에 고독을 누릴 기회도 떠내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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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독을 잃어버린 시간 / 지그문트 바우만 지음 / 조은평·강지은 옮김 / 동녘

우리는 작고 편리한 휴대전화와 아이패드 등으로 지하철이나 버스 안에서도 지구 곳곳의 구석과 틈새에서 일어나는 소식을 검색할 수 있다. 엄청난 정보를 접하는 우리 세대는 행복한가. 애석한 일이지만 이 같은 정보 과잉은 뇌를 혼란스럽게 하고, 스트레스와 주의력 산만을 가져온다.

책은 미국 고등교육신문 웹사이트를 인용, 한 달에 무려 3000여 건의 문자메시지를 보낸 10대 소녀의 이야기를 소개하고 있다. 이 소녀는 깨어 있는 10분마다 거의 한 번꼴로 메시지를 보냈다. 저자는 “이 소녀는 자신의 생각과 꿈, 걱정, 희망 같은 것들을 고민하면서 홀로 있어 본 적이 거의 없다”고 진단한다.

카드 대금을 또 다른 신용카드로 돌려 막느라 공황 상태에 빠진 대학생, 매주 두 종류의 패션 주간지를 읽으면서 대부분의 시간을 자기 침실에서 엄청나게 수집한 구두를 신어 보거나 좋아하는 옷을 입어 보면서 지내는 여성….

현대인은 휴대전자 문자메시지와 트위터, 쇼핑의 홍수에 휘말려 고독을 누릴 기회마저 잃어버렸다. 시간을 가리지 않고 이뤄지는 접속으로 외로울 틈조차 없다. 현대인이 놓친 그 고독은 사람들로 하여금 ‘생각을 집중하게 해서’ 신중한 태도를 취하게 하고, 반성하게 하며 창조할 수 있게 하고, 더 나아가 인간끼리의 의사소통에 의미와 기반을 마련할 수 있는 숭고한 조건이라는 게 저자의 주장이다.

폴란드 태생의 유태인 사회학자인 저자는 고체처럼 안정적이고 예측 가능했던 구조·제도·풍속·도덕이 해체되면서 오늘날 사회의 유동성이 크게 증가했다고 지적한다. 그는 이를‘액체 근대’라고 규정한다. 저자는 “우리 모두는 싫든 좋든, 알든 모르든, 기쁘든 슬프든 간에 심지어 우리가 움직이지 않고 한곳에 머물러 있으려 해도 끊임없이 여행으로 내몰린다”고 밝혔다. 우리는 프라이버시를 방어하는 게 아니라 무심코 익명인들이 관람할 수 있는 공적인 영역으로 퍼다 나른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의 등장·확산으로 개인의 신상정보 통제권도 크게 줄어들었다. 트위터 팔로어가 늘어날수록 공허감의 부피도 커진다.

저자는 “서로 얼굴을 맞대고 사귀는 형태의 만남이 다양한 형태로 서로 화면을 통해 만나는 방식으로 바뀌면서 사람들이 서로 접촉하는 방식도 피상적이 됐다”고 역설한다. 그는 “이 때문에 사람들 간의 상호교제와 그 사이를 묶어 주던 유대감이 지니고 있던 친밀함과 심원함, 영속성이 상처를 입게 됐다”고 썼다. 정보범람시대의 생존방법은 휴대전화 등에 포위된 자기 자신을 자각하는 것, 편안함을 포기하더라도 데이터 공해와 굴레에서 벗어나기 위해 잠시 멈춰 선 뒤 자신만의 탈출 방법을 찾는 것이다. 책은 저자가 이탈리아의 한 여성 주간지에 보낸 편지 44통을 편집해 엮은 것이다. 비록 편지이지만 사회학적 개념으로 사회현상을 풀어가는 그의 글을 읽기가 만만치는 않다.

예진수 기자 jinye@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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