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대에서 만나는 ‘한·중·일’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아시아 연극인들의 축제가 다음달 서울에서 열린다. 한·중·일 3국이 돌아가며 매년 개최하는 베세토 연극제가 9월4일부터 9일까지 서울 중구 명동예술극장과 남산예술센터, 용산구 서계동 국립극단 내 백성희장민호극장 등에서 열리는 것. 올해로 19회째를 맞는 베세토 연극제에선 한국 국립극단의 ‘꿈’을 비롯, 일본 청년단의 ‘달의 곶’과 제칠극장의 ‘갈매기’, 중국 다롄(大連)극단의 ‘뇌우’ 등 네 작품이 공연된다.

우선, 9월4~5일 이틀간 명동예술극장에서 공연하는 일본 청년단의 ‘달의 곶’은 지난 1997년 초연 이후 일본 전역에서 공연되며 요미우리(讀賣) 연극대상에서 작품상과 연출상을 받은 화제작이다.

특히 연출을 맡은 히라타 오리자(平田オリザ)는 ‘과학하는 마음’ ‘혁명일기’ ‘잠 못 드는 밤은 없다’ 등의 작품으로 우리에게도 친숙한 인물. 베세토 연극제의 일본 위원장을 맡고 있는 그는 1980년대 한국에 유학한 지한파 연극인이기도 하다.

작가와 연출, 배우가 지속적인 워크숍을 통해 작품을 완성하는 ‘아티스트 인 레지던스(Artist in Residence)’ 방식으로 제작됐다. 5일 공연이 끝난 후 히라타 연출이 ‘관객과의 대화’ 시간을 갖는다.

7~8일 남산예술센터에서 공연하는 일본 제칠극장의 ‘갈매기’는 안톤 체호프 원작을 파격적으로 재해석해 독특한 움직임으로 풀어낸다. 스토리와 언어에 의존하지 않고, 배우의 신체 움직임에 집중하는 방식으로 특히 일본의 전통 예술과 현대적 감각을 세련되게 조화시킨다.

체호프 원작의 4막에선 니나가 너무 지친 나머지 정신이 불안정한 상태에 빠지고, 코스차의 자살로 막을 내린다. 하지만 이 공연에선 코스차 자살의 후일담이 펼쳐진다.

코스차가 자살한 후 정신병원에 입원한 니나가 환영 같은 과거를 다시 체험하는 것이다. 7일 공연 뒤에 나루미 코헤(鳴海康平) 연출과 관객 간 대화가 마련돼 있다.

8~9일 명동예술극장에서 공연하는 중국 다롄극단의 ‘뇌우’는 중국 최고의 극작가로 꼽히는 차오 위(曹？)의 작품이다. 두 가족 간에 얽힌 비극적 운명과 사랑을 보여주는 ‘뇌우’는 1894년에서 1924년까지 약 30년간의 중국사회를 그리고 있다. 혼란스러운 중국 근대사의 모순과 봉건적 사회질서의 붕괴, 계급 간의 투쟁을 치밀한 구조 속에 녹인 수작이다. 중국 연극사를 새로 쓴 작품으로 꼽히는 이 작품으로 차오 위는 노벨문학상 후보에 오르내리기도 했다.

이번 공연은 차오 위 탄생 100주년을 기념, 2010년 다롄극단에서 제작했다. 중국의 스타 연출가 가오 지에(高杰)는 원작에서 볼 수 없는 차오 위 작가의 내레이션을 들려주는 등 음악 및 음향을 적극적으로 활용, 보다 깊이 있는 감정표현을 시도한다. 8일 공연 뒤에 가오 지에 연출이 관객과 만난다.

한국 작품으로는 국립극단 ‘삼국유사 프로젝트’의 첫 번째 작품인 ‘꿈’이 4일부터 9일까지 백성희장민호극장에서 공연된다. 김명화 작, 최용훈 연출의 ‘꿈’은 삼국유사 중 ‘낙산의 두 성인 관음과 정취, 그리고 조신’을 모티프로 한 작품이다.

삼국유사 속 인물과 소설가 이광수, 최남선 등을 등장시킨다. 욕망과 금기 사이에서 방황하는 이들 인물들을 통해 선행과 악행, 성과 속 등 상반된 가치 속 깨달음에 대한 물음을 던진다.

강신일, 남명렬 등 17명의 배우들이 출연할 예정이며 4일 공연 뒤 최용훈 연출이 관객과의 대화 시간을 갖는다.

김영번 기자 zeroki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