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끝없는 도발>한·일관계 무시한 ‘역사 뒤집기’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노다 요시히코(野田佳彦) 일본 총리가 일본이 위안부를 강제 동원한 증거가 없다고 발언한 데 이어 총리 재도전 의사를 밝히고 있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총리가 역대 일본 정부의 담화를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등 일본의 망언이 브레이크 없이 쏟아지고 있다.

특히 노다 총리의 발언과 아베 전 총리의 주장은 일본이 과거 스스로 인정하고 사과한 역사적 사실마저 부정하는 것으로, 극단화하는 일본의 강경보수 흐름을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이는 일본사회가 보수화되는 가운데 영토 문제가 터진 데다, 과거사에 대해 비교적 전향적인 민주당 정부와 총리까지 최전선에 나서 “한국이 독도를 불법점거하고 있다” “위안부 강제 동원 증거가 없다”고 발언하자 일본 내부의 일종의 버팀장치가 풀리며 강성발언 경쟁이 벌어진 결과이다. 여기에 조기 총선을 앞두고 민주, 자민 양당 모두 지지율이 20%대에 머물면서 국민 감정을 건드리는 영토문제를 통해 지지율을 끌어올리려는 정치적 계산도 매우 크게 작용하고 있다.

아베 전 총리가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고 언급한 미야자와 기이치(宮澤喜一) 관방장관 담화, 고노 요헤이(河野洋平) 관방장관 담화, 무라야마 도미이치(村山富市) 총리 담화는 일본의 과거사 사죄 역사에서 상징적 의미를 지닌 것들로, 정권 교체와 관계없이 일본 정부의 기본방침처럼 지켜져온 것이다.

1982년 미야자와 담화는 교과서를 검정할 때 이웃 나라들을 배려한다는 내용이 골자이며, 1993년 고노 담화는 위안부 설치 관리에 일본군이 관여했다고 사죄한 것으로 일본 정부가 직접 조사한 끝에 나온 것이다. 특히 1995년 8월15일 무라야마 총리 담화는 2005년 자민당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총리도 그대로 언급했을 정도로 일본 정부의 입장처럼 받아들여져왔다. 당시 무라야마 총리는 “머지않은 과거의 한 시기, 식민지 지배와 침략에 의해 아시아 여러 나라 사람들에게 막대한 손해와 고통을 줬다. 통절한 반성의 뜻을 표하고 진심으로 사죄한다”고 표명했다. 지난 2009년 총선에서 압승을 거둔 민주당의 하토야마 유키오(鳩山由紀夫) 총리도 당시 무라야마 담화를 그대로 계승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아베 전 총리는 이미 총리 재임 시절인 2007년 “일본군이 강제 연행했다는 문서로 된 증거와 일본군 증언은 없다”며 고노 담화 폐지를 추진했었다. 문제는 당시에는 안팎의 비판으로 아베 총리가 “고통을 당한 분들에게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며 후퇴해야 했지만 지금은 노다 총리의 발언도 별다른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에 앞서 일본의 각종 여론조사에서 총리감 후보 1순위로 꼽히는 하시모토 도루(橋下徹) 오사카 시장도 지난 21일 “위안부 연행 및 협박 증거가 없다”고 망언을 했고, 마쓰라 진(松原仁) 국가공안위원장은 27일 “위안부가 군에 강제 연행됐다는 직접적인 증거가 발견되지 않은 만큼 각료들이 고노 담화에 대해 (존폐를) 논의해야 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에 따라 차기 중의원 선거에서 노다 총리가 재선을 하든, 아니면 자민당이 정권을 잡든, 혹은 하시모토가 돌풍을 일으키든 일본은 과거사 문제에 대해 보다 강경보수 입장으로 치달을 것으로 예상된다.

최현미 기자 ch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