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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게재 일자 : 2012년 08월 31일(金)
25國 청춘들의 삶·고뇌·열정, 동행하며 담아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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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의 지도를 그리다 / 마크 세레나 지음, 변선희 옮김 / 북하우스

저널리즘을 전공한 스물다섯살의 혈기왕성한 스페인 청년. 그가 라디오방송국의 일자리를 박차고 나가 세계여행을 감행한다. 358일간 5대륙의 25개국을 건너가는 15만km의 긴 여정은 이렇게 시작됐다.

각국을 여행하면서 이국적인 자연풍경이나 명소를 두루 둘러봤을 테지만, 저자의 관심사는 동시대를 살고 있는 다른 나라 젊은이들의 생각과 삶이었다.

여행하는 나라마다 한 명씩 동갑내기 젊은이를 선택해 그들에게 연애와 결혼 같은 사적인 이야기부터 직업에 대한 불안과 미래에 대한 계획, 나아가 정치적인 담론 등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질문을 쏟아놓고 답을 들었다. 책은 이런 인터뷰를 엮어낸 것이다.

인터뷰는 안락의자나 커피숍의 테이블에서 이뤄지지 않았다. 인터뷰 대상을 여정에 끌어들이거나 그의 일상에 동행하며 버스의 옆자리에 앉아서, 혹은 패스트푸드점에서 햄버거와 감자튀김을 나눠먹으며 쉴 새 없이 대화를 나누고 그들로부터 열정과 고민, 불안과 희망의 이야기를 들었다. 인터뷰 상대는 에너지 넘치는 청년사업가도 있고, 아프리카 소수부족의 평범한 주부도 있으며, 범죄를 저지르고 감옥에 수감된 이도 있다. 부자나라의 가난한 청년도 있고 가난한 나라의 부자 청년도 있으며 공부를 많이 한 청년도, 그렇지 못한 청년도 있다. 세상을 바꿀 의지로 충만한 젊은이도, 반대로 체제에 순응하며 생활하는 젊은이도 있다.

이런 이들과의 대화를 통해 저자는 그 나라의 전통과 관습 등을 직관적으로 들여다보고 그곳의 젊은이들이 무슨 생각을 하면서 살고 있을까를 고민해본다.

책장을 넘기다가 자연스레 눈길이 가는 부분이 한국 젊은이와의 인터뷰. 가수활동을 하다가 미국으로 건너가 로스쿨을 졸업하고 로펌에 취업한 이소은이 책에 등장하는 한국의 젊은이다. 저자는 공연장에서, 함께 저녁을 먹으면서 대화를 나눴다. 그닥 길지 않은 인터뷰임에도 대화 속에서 한국 사회의 수많은 부분이 드러난다. 대중스타에 대한 젊은이들의 열망과 대중문화를 소비하는 공연문화 등 가벼운 소재부터 6·25전쟁 후 부모세대들의 가난 극복 노력과 남북한 간의 갈등, 입양에 대한 보수적인 인식, 정신보다 앞서는 테크놀로지 등 다소 무거운 문제까지 얕지만 두루 드러내고 있다.

저자는 두 번째 책을 위한 탄자니아 여행 중에 한국독자들을 위해 따로 서문을 보내와 책에 실었다. 바르셀로나 자치대학 재학 중 ‘한국문화와 사상입문’이란 과목을 수강했다며 그때 작가 이문열의 소설과 김기덕 감독의 영화를 접했다고 했다. 한국여행의 경험에 대해서는 서울의 복잡한 지하철에서 잃어버린 휴대전화를 누군가 되찾아준 사실이 가장 인상적인 기억으로 남아 있다고 썼다. 그러면서 말미에 한국의 젊은이들에게 이렇게 조언했다. “말이 안 되는 생각이라 할지라도, 사람들이 허무맹랑하다고 비웃는 계획이라 할지라도 머릿속에 떠오르는 자신의 생각을 실천에 옮기기 바란다. 생각에만 머물러 있으면 현실은 아무것도 변하지 않는다.” 그런데 누구나 알겠지만 한국사회에서는 그게 쉽지 않다.

박경일 기자 parking@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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