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스타일’ 150억 벌었지만… 신드롬 ‘허와 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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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싸이(본명 박재상·35)의 ‘강남스타일’ 뮤직비디오가 3일 오전 9시 현재 유튜브 조회수 9100만 건을 넘어서며 한국 뮤직비디오의 새 역사를 쓰고 있다. 이 기록은 한국 뮤직비디오 사상 최단 기간에 수립한 최다 조회수다. 종전 기록인 소녀시대의 ‘지(Gee)’(현재 8380만 건)보다 700만 건 이상 앞선 수치다. ‘강남스타일’의 음원은 또 미국 아이튠즈 ‘톱 100’ 음원 차트(Songs Chart) 31위까지 오르는 저력을 발휘했다.

지난 31일 미 NBC 방송 ‘제이 네로 투나잇 쇼’에서 밋 롬니 공화당 대선 후보의 얼굴을 합성한 ‘강남스타일’ 패러디 뮤직비디오가 선보이고, CNN과 월스트리트 저널, 시사주간지 타임에도 ‘강남스타일’이 등장하면서 ‘싸이 신드롬’은 미국 전역을 강타하고 있다. 경제적 수익도 어머어마하다. 이미 편당 5억 원짜리 CF만 10여 개를 촬영했고, 대기 중인 광고들도 넘쳐나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튜브 효과’로 생산된 각종 음원과 광고 수익, 앨범(8억 원)과 콘서트(30억 원) 판매 모두 합치면 150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칠 줄 모르는 싸이의 고공 행진은 빌보드 14주 연속 1위를 기록했던 마카레나(Macarena) 춤이 그랬듯 순간에 불어닥친 일회성 이벤트인가, 아니면 미국에 진출한 솔로 가수 성공의 안정된 첫 신호탄인가. 국내 음반 관계자와 대중음악 평론가들을 중심으로 싸이 신드롬에 대한 허와 실을 짚었다.

◆ 무한 가능성의 질주, ‘이제 시작이다’ = 싸이 소속사 관계자는 “주말(1~2일) 하루 동안 ‘강남스타일’ 유튜브 조회수가 1000만 건을 넘었다”며 “이 추세라면 1억5000만 돌파도 무난할 것으로 본다”고 했다. 음원과 뮤직비디오로 시작된 ‘화제’는 이제 실질적인 ‘투어’로 이어지고 있는 형국이다. 이 관계자는 “현재 미국, 유럽, 중국 측에서 1만 석 이상의 공연을 의뢰하는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면서 “아직 확정된 것은 없지만 조만간 좋은 결실이 있을 것 같다”고 했다. 이달 초 미국으로 건너가 팝스타 저스틴 비버 측과 다양한 활동 가능성을 타진하는 싸이는 싱글 또는 콜라보레이션(협업), 정규 음반 출시 등에 대한 구체적인 일정도 조율할 것으로 알려졌다.

케이팝(K-POP)의 선봉장에 섰던 대형 기획사 관계자들도 싸이 신드롬에 대해 “국경의 장애가 없는 콘텐츠의 승리”라며 “미국의 음반업계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조건 중 하나가 유튜브인데, 유튜브의 극단적 조회수는 싸이를 집중적으로 주목하게 만드는 또 다른 힘”이라고 입을 모았다. 앞으로 과제 중 하나는 빌보드 차트 진입. 이를 위해서는 라디오 전파를 타는 일이 중요한데, 미국 방송과 음반 관계자와 손을 잡지 않으면 빌보드 진입을 통한 ‘음악 알리기’가 쉽지 않다는 게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싸이의 이번 미국 방문은 오프라인 관계자들과의 주도면밀한 접촉을 통해 방송 프로모션 계획, 음반 작업 등을 체계적으로 논의하는 자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

◆ 시작은 유튜브, 승부는 전적으로 싸이의 몫 = 아무런 의도나 계획 없이 순수 국내용으로 만들어진 ‘강남스타일’ 뮤직비디오가 갑자기 세계적 인기를 얻은 뒤 남겨진 과제는 적지 않다. 관계자들은 “이 화제가 해프닝이냐 성공이냐의 갈림길은 싸이에게 달렸다”고 말했다. 대중음악 평론가 김작가는 “해프닝으로 끝나기엔 판이 너무 커졌다”며 “무엇보다 해외시장에 진출하는 교두보를 만들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했다.

그는 “비, 원더걸스, 보아의 미국 진출이 외국인 장기자랑처럼 메인 스트림(주류)으로 직진하려는 방향을 고집했다면, 싸이의 경우는 (한국에선 주류지만) 세계 인터넷 유머 코드와 맞물려 서브 컬처(주변부 문화)에서 메인 스트림으로 단계를 거쳤다”며 “그에게 기대하는 것이 음악성이 아니라 엔터테이너적인 요소이기 때문에 섣불리 진지한 음악성으로 승부하기보다는 계속 기존의 전략(유머)을 고수하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설명했다.

싸이가 영어를 할 줄 알고 싱어송라이터이며 라이브 무대에서 힘을 발휘하는 점도 성공 요인의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김작가는 “미국에선 공연이 중요한데, 싸이는 10년간 라이브 위주로 활동하며 막강한 화력을 과시해 왔기 때문에 좋은 무기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 음악 자체의 힘 약해 ‘해프닝’으로 끝날 듯 = 유튜브에서 확인했듯, 노래보다 춤이 먼저 인지도를 높인 까닭에 ‘원히트 원더(One-hit wonder·한 개의 싱글만 흥행을 거둔 아티스트)’로 끝날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팝 역사에서 디스코, 뉴웨이브, 그런지 등 유행에 편승한 장르들이 장기 생존력을 보존받지 못한 예들에서 싸이도 ‘음악성의 약화’라는 문제가 한계로 떠오를 수 있다는 지적이다.

성우진 대중음악 평론가는 “싸이의 음악에 사용된 양념들이 현재 유행하는 힙합과 일렉트로닉이라는 보편 타당한 장르들이어서 음악적으로 눈에 띄는 행보는 아니다”며 “안무에서 코믹적 요소를 배제하면 음악 자체의 반응도 없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박은석 팝칼럼니스트는 “마카레나처럼 노래 자체의 매력보다는 문화 소비 현상에 가까워 당분간 관성의 법칙에 의해 탄력은 받을 것”이라며 “그러나 음악적 효과로 각인된 것이 아니어서 향후 싱글이나 음반을 통해 지속성을 부여하긴 힘들 것 같다”고 설명했다.

김영혁 대중음악 평론가는 “성공이나 진출을 얘기하려면 토크쇼가 아닌 음악 방송을 통해 각인돼야 하는데, 지금은 좀 부족한 편”이라며 “싸이와 비슷한 많은 팝가수들이 ‘원히트 원더’로 끝난 경우가 많아 향후 행보에 면밀한 전략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는 “그러나 선글라스를 쓰고 여성을 유혹하는 느끼한 노래로 승부하는 라틴 출신의 핏불처럼 생존력을 장기 보존하는 가수가 있는 만큼 싸이도 ‘노는 음악’에 대한 자신만의 장기를 고집할 필요가 있다”고 역설했다.

김고금평 기자 danny@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