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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게재 일자 : 2012년 09월 07일(金)
‘삽질’만 하다 ‘잃어버린 15년’… 광해군의 실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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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해군 : 그 위험한 거울 / 오항녕 지음/너머북스

“‘광해군일기’에 나오는 광해군 9년(1617)과 11년 기록에 따르면, 궁궐을 짓는 영건도감에서 1개월에 소요된 비용이 (쌀로 환산해) 대략 4000석에서 8000여 석이었다. 1년에 4만여 석에서 9만여 석 정도가 궁궐 공사 비용이었다는 말이 된다. 양전(量田·토지조사)을 거쳐 형편이 조금 나아졌던 인조 대에 호조에서 거뒀던 전세(田稅)가 연간 8만~9만 석이었다. (…) 아무리 적게 잡아도 궁궐 공사비로 전체 국가 예산의 15~25% 정도가 들어간 셈이다.”

전주대 역사문화학과 교수로 ‘조선왕조실록’ 전문가인 저자는 조선 제15대 왕 광해군(재위 1608~1623)을 재평가한 책에서 재위 기간 내내 계속된 궁궐 공사가 얼마나 일반 백성의 삶을 피폐케 했는지 주목한다.

‘양반 지주들의 반대로 광해군이 대동법을 시행하지 못했다’는 통념과 달리, 저자는 광해군과 그를 지지한 기자헌 등 핵심 대북(大北)세력들이 대동법에 반대했으며 토목공사를 계속 벌이느라 대동법으로 대표되는 조세제도 개혁을 시행할 수 없었다고 말한다.

더 나아가 광해군과 대북정권은 공사비용이 바닥나자 공명첩을 뿌렸으며 죄를 면제해 주는 대신 은을 받기도 했다. 군량미를 빼어 쓰는 것도 부족해 후금과의 심하(사르후) 전투 이후 명나라 황제가 전사자와 부상자 집안에 주라고 보내온 은 1만 냥조차 공사비로 썼다.

저자에 따르면, 조선시대 내내 ‘판단이 흐린 임금(혼군·昏君)’으로 평가받았던 광해군이 재조명된 것은 20세기 들아와서의 일이다. 일제강점기 조선사편수회 간사를 지낸 식민사학자 이나바 이와키치(稻葉岩吉)가 1933년 펴낸 ‘광해군시대의 만선(滿鮮)관계’란 책에서 그를 ‘실용주의 외교로 백성들에게 은택을 입힌 군주’라고 평가한 것이 계기가 됐다.

이런 해석은 이병도를 거쳐 20세기 후반 진보와 보수를 떠나 남북한 역사학계 모두에서 정설처럼 받아들여졌다. 그리고 이처럼 20세기에 화려하게 부활한 광해군의 위세는 21세기에도 그대로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저자는 광해군 시대를 세 시기로 나눠 꼼꼼히 살펴본 뒤 “광해군은 본보기가 될 거울이 아니라, 우리의 미래를 망칠 위험한 거울”이라고 주장한다. 이와 함께 “광해군 때 잃어버린 15년의 나라꼴을 회복하는 데 침략 전쟁 두 번(정묘호란·병자호란)을 포함해 인조, 효종 연간 30년 이상의 세월이 걸렸다”고 밝힌다.

가령 광해군은 오늘날 국무회의에 비유할 수 있는 경연을 여러 가지 이유를 들어 거부하는 대신, 옥사에 매달렸다. 집권하자마자 자신의 친형인 임해군 옥사를 시작으로 광해군 4년 김직재 옥사, 광해군 5년 계축옥사, 광해군 6년 영창대군 증살(蒸殺·뜨거운 증기로 쪄서 죽임), 그리고 인목대비의 폐위 등 추국청에 나아가는 일이 많았다.

조선시대에 광해군만큼 친국(親鞫·왕이 직접 국문에 참여하는 것)에 집착한 군주도 없었다. ‘조선왕조실록’ 원문에서 ‘친국’을 검색하면 영조가 401건, 광해군이 344건으로 1, 2위를 다툰다. 그런데 영조는 재위기간이 50년이 넘는 반면, 광해군은 15년에 불과했다.


최영창 기자 ycchoi@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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