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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살며 생각하며 게재 일자 : 2012년 09월 07일(金)
약자를 위한 변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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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림=황주리 ‘그대 안의 풍경’(2007년)
황주리/서양화가

얼마 전 ‘더 스토닝’이라는 영화를 보았다. 번역하면 투석, 즉 돌팔매 처형을 일컫는다.

실제 스토리를 영화로 만들었다는 점에서 그 영화는 더욱 충격적이었다. 아무 죄도 없는 여자가 남편과 동네 이장의 모함 아래 파출부 일을 하러 가는 집의 주인과 불륜을 저질렀다는 억울한 죄를 뒤집어쓰고 동네 사람들의 돌팔매를 맞고 처참히 죽어가는 장면을 사실적으로 그려내고 있다. 사실 투석형의 장면을 처음 본 건 어릴 적 텔레비전에서 방영해주던 영화 ‘희랍인 조르바’에서였다. 그리스의 아름다운 섬에서 한 과부가 외지인과 정사를 나누었다는 죄로 돌팔매 처형을 당하는 장면은 너무 잔인하고 강렬해서 어른이 된 뒤에도 계속 잊히지 않았다.

인간이 동물을 대하는 방법을 보면 인간이 인간에게 대하는 방법도 그다지 다르지 않다. 기르던 개를 고기를 연하게 하려고 몽둥이로 때려잡는 방법이라든지, 곰의 쓸개에다 빨대를 박고 쓸개즙을 빨아먹는 방법이라든지, 상어의 지느러미만 떼어서 요리를 하는 방법이라든지…. 지느러미가 제거된 상어는 도대체 어떻게 되는 것일까? 서서히 바닥에 가라앉아 처참하게 죽어가는 상어를 상상해 보라. 인간은 그렇게 약자에게 잔인하다.

이란과 같은 아랍 문명권에서 불륜을 저지른 여인들을 돌로 쳐 죽이는 투석형이 남아 있나 하면, 아버지와 오빠와 집안의 모든 남자들이 딸이며 동생인 연약한 여자를 향해 집안을 더럽혔다는 얄팍한 명예를 들먹이며 돌을 던진다. 아프리카의 어느 지역에서는 소녀들의 할례를 하는 형식이 전해 내려오고 있다. 그 과정에서 세균에 감염돼 죽거나 다른 나라로 도망을 가는 소녀도 많다고 한다.

지금부터 30여 년 전, 우리들의 대학 시절 만원 버스를 타면 성추행을 당하는 일은 다반사였다. 대학교 2학년 2학기를 맞던 어느 가을 날, 나는 친하게 지내던 중학교 동창이 우이동 여인숙에서 전라의 몸으로 죽어서 발견됐다는 끔찍한 소식을 들었다. 그 는 미팅 한 번 해보지 않은 숙맥에 가까운 모범생이었다. 도대체 누가 범인인지도 알 수 없는 끔찍한 소식은 그냥 불어오는 바람에 묻혔다. 부모들조차도 더 이상 알려고도 하지 않았다.

그 끔찍한 성폭행범들이 굳이 아니더라도 우리는 일상 속에서 수없는 성추행범들을 만난다. 일상 속에서 만나게 되는, 멀쩡한 직업을 가진 고학력의 성추행범에 가까운 사람들을 보면 시끄러운 일을 만드는 게 귀찮고 두려워서 그냥 눈 질끈 감고 지나갔던 젊은 날들이 떠오른다. 아마도 세상이 너무 좋아져서 이제야 드디어 여자들의 인권을 보장받는 세상이 되었나 했더니, 이번에는 힘없고 나약한 아동들을 성폭행하는 끔찍한 인간들이 속출하고 있다.

우리나라에 아동 성도착자들이 모인 인터넷 카페가 10여 개나 개설돼 있다는 뉴스에 또 한 번 놀랐다. 이른바 ‘페도필리아’, 아동 성도착자들은 로리타와 어린이의 합성어인 ‘로린이’들의 사진을 수없이 올려놓고 있다. 강간범이 아동을 미행해서 성폭행하는 게임도 있다고 한다. 페도필리아들이 모인 인터넷 카페에 들어가면 아동 성폭행이 꿈이라는 글들이 버젓이 쓰여 있다 한다.

계절이 바뀌느라 잠을 이루지 못하는 나는 요즘 늘 라디오를 켜놓고 잔다. 잠을 설치다가 새벽녘에 라디오를 통해 조두순 사건의 희생자인 나영이 아버지의 육성을 들었다. 나주 어린이 성폭행 사건이 나자 나영이는 학교도 안 가고 한나절 잠만 자고 있다고 말하는 아버지의 목소리를 들으면서 눈물이 났다. 상처 입은 몸뿐만 아니라 정신을 치료받는 일에도 죽을 때까지 돈이 들 것이다.

그러나 나영이의 가족은 가난하다. 나주 어린이 성폭행 사건에 관해 언급하며, 그는 어린이 성폭행범들을 영구 격리시켜 중노동을 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그들에게 보통사람들과 같은 월급을 주어 그 절반은 피해자에게 보상하는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의 울분을 라디오를 통해 전해 들으며, 나는 착한 사람의 최소한의 자기 보호 본능의 목소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가 내는 세금은 다 어디로 가는 거냐고 묻고 싶은 생각도 없다. 여성부는 과연 무슨 일을 하는 곳인지도 묻고 싶지 않다. 그냥 그 끔찍한 범인들을 술 때문에 정상이 아니었다는 등의 이유로 그저 12년 감옥에 살게 하는 건 부당하다는 생각, 더구나 그들에게 밥을 주는 일조차 너무 아깝다는 생각이 드는 건 나뿐만이 아닐 것이다. 소녀 3명을 성폭행한 남자에게 4060년의 징역형을 선고한 미국 텍사스주의 판례를 생각해보면 그 정도로 형량을 무겁게 해야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강력한 처벌과 꾸준한 감시와 영구 격리가 성범죄 해법이라는 말을 흘려들으며 새벽녘에 나는 다시 잠이 들었다. 자면서 악몽을 꾸었나 보다. 나는 있지도 않은 어린 딸이 성폭행당하는 꿈을 꾸었다. 꿈속에서 울며불며 범인을 돌팔매 처형하라고 부르짖었다. 꿈속에서도, 세상 모든 사람이 범인을 향해 하나씩 돌을 던져 서서히 쳐 죽여도 여간해서 분이 풀리지 않을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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