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2전차 협력사 1100곳 줄도산 위기

육군의 K2 전차(흑표) 전력화 사업이 국산 파워팩(엔진+변속기) 문제로 생산 일정에 차질을 빚으면서 심각한 경영난에 빠진 1100여개 협력업체들이 줄도산 위기에 처했다.

1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K2 전차 부품 생산업체들은 최근 지난 4월부터 방위사업청을 대상으로 K2 전차 수입 파워팩 선정과 관련된 감사를 진행 중인 감사원에 조속한 사업 재개를 요청하는 건의문을 제출했다.

이들은 건의문에서 “국산 파워팩이 성능 평가를 통과하지 못해 방위사업청이 1차 생산분 100대에 대해 수입 파워팩을 사용하기로 했으나 감사원의 감사 등으로 생산에 영향을 받고 있다”며 “K2 전차 부품 생산을 위해 투자를 해 놓고 2년을 기다려 왔는데, 또다시 지연되면 추가적인 금융 부담 등 경영난을 더 이상 견뎌내기 힘들다”고 밝혔다.

K2 전차 양산 사업이 지체되는 가장 큰 이유는 핵심 부품인 국산 파워팩 개발 시험이 성공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방위사업추진위원회는 지난 2005년부터 시작된 국산 파워팩 개발이 계속해서 성공하지 못하자, 지난 4월 1차 생산분은 독일산 파워팩을 수입해 사용하고, 2차 양산분에 투입될 국산 파워팩 시험은 계속하기로 했다. 그러나 시험 만료기간인 8월 말까지 국산 파워팩은 변속기 냉각팬 속도 제어 등에서 기준을 통과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시험 과정에서 엔진 출력 관련 변속기 소프트웨어가 임의적으로 조정된 사실까지 드러나 성능 평가 합격을 위해 무단 변경한 게 아니냐는 의혹까지 제기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국산 파워팩 개발에 참여한 업체들은 시험 기간 연장과 함께 독일제 파워팩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하며 반발하고 있다.

또 국회 국방위원회는 지난 7월 독일산 파워팩을 사용할 경우 정부 예산이 추가 소요되는 것을 보고하지 않았다며 2000여억 원이 배정된 올 예산 집행을 보류시켜 놓았다. 업계 관계자는 “업체들의 줄도산을 막기 위해서는 하루빨리 정부가 대책을 내놔야 한다”고 말했다.

유병권 기자 ybk@munhwa.com

◆ K2 전차(흑표) 전력화 사업 = 육군의 M계열 전차를 대체하는 사업으로 지난 1995년 개념연구가 시작된 뒤 2003년 2400억 원이 투입돼 본격적인 개발이 시작됐다. 2008년 독일제 파워팩을 사용한 시제품이 적합판정을 받았고, 같은 해 터키와 4억 달러 수출 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그러나 2010년 국산 파워팩에 대한 문제점이 공론화되면서 당초 2012년 예정이었던 사업 완료시기가 2014년으로 연기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