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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게재 일자 : 2012년 09월 21일(金)
인도 聖者들엔 고통과 고독이 ‘축복’이다
묵묵히 종교인 길 걷는 9명, 담대한 인생 이야기로 접근 페이스북트위터밴드구글
삶에 아무것도 들이지마라 / 윌리엄 달림플 지음, 이재형 옮김 / 21세기북스

지난해 1월 인도 첸나이에 갔을 때 초호화 호텔 담벼락에 판잣집이 다닥다닥 붙어 있는 것을 보고 놀랐다. 또 하나 경이로운 건 미국과 유럽 등지의 많은 지성인 순례자들이 구루(Guru·영적 스승)를 찾기 위해 인도에 대거 몰려들고 있다는 점이었다.

사실 인도에는 세계적인 구루들이 많다. 생전에 스티브 잡스도 구루를 찾아 무작정 인도로 떠나기도 했다. 호텔과 판잣집, 지성과 가난, 삶과 죽음이 공존하는 땅이 인도다. 분주한 삶과 명상하는 삶, 물질적인 성공과 영적인 삶이 갈등하는 곳이기도 하다.

저자는 숨이 턱 막힐 정도로 빠른 인도의 경제개발 바람 속에도 저마다의 신념으로 묵묵히 종교인의 길을 걷는 아홉 성자들의 삶을 보여준다. 인도 여행 중에 만난 아홉 명의 성자에게서 그곳의 현실과 삶의 고통, 고독을 축복으로 여기는 담대한 삶의 자세를 발견한다.

저자는 이들을 만나게 된 경위와 이들에게서 들은 이야기 등을 세세하게 기록한 뒤, 마치 인도의 오랜 구전 전통을 따르듯 유려하고도 극적인 문장으로 표현해냈다.

책에서 자이나교 고행자인 마타지(여승·女僧)는 말한다. “아무것도 소유하지 않고 떠돌아 다니는 이 삶은 우리의 영혼을 해방시킵니다. 우리는 놀라울 정도로 경쾌하게 매일매일을 새로운 기분으로 살아간답니다. 사고와 행동도 하나가 되고 여행과 목적지도 하나가 되어 결국 우리는 마치 강물처럼 완전한 초월을 향해 앞으로 나간답니다.” 마타지는 자신의 분신과도 같은 평생지기가 종교적 신념을 실천하기 위해 굶어 죽어가는 모습을 지켜보면서도 초연함을 지킨다. 책에 따르면 인도의 어떤 승려들은 완전히 벌거벗은 채 공기처럼 가볍게 인도를 여행함으로써 속세를 완전히 버렸음을 보여준다.

히말라야 산 중에서 만난 성자 아자이 쿠마르 즈하는 구도자가 되기 전까지는 뭄바이에 있는 가전제품 회사의 판매 담당 매니저였다고 한다. 파트나 대학에서 경영학 석사(MBA)도 땄고, 유능하다는 소리도 들었다.

아자이는 “어느 날 문득 선풍기나 냉장고나 팔며 내 나머지 인생을 팔 수는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부모님에게 내 전 재산을 가난한 사람들에게 기부하겠다는 내용의 편지를 써 놓고 바라나시행 열차에 올랐다”고 말한다. 그는 거기서 입고 있던 옷을 벗어 던진 뒤 온몸에 재를 바르고 사원을 찾았다. 지금은 담요 한 장과 물병 하나만 갖고 다니는 무소유의 삶을 실천하고 있다.

저자는 티베트에 무신론을 도입하려는 중국인들에 대항해 폭력을 행사한 한 승려의 이야기를 듣는다. 폭력을 택하기까지의 내적 갈등, 폭력을 행사한 이후에도 끝없이 죄책감에 시달리는 모습을 보여준다.

티베트 승려 파쌍은 중국인들이 어머니를 고문한 뒤 그들을 깊이 증오하면서 복수를 꿈꿨다. 그는 분노를 떨쳐 버리기 위해 몸부림을 친다. 중국 식당에서 식사를 한 것도 그 같은 노력의 일환이다. 일흔 살 중국인 노파와 40대의 딸이 운영하는 인도의 중국 식당에서 이 노파의 남편이 중국 문화혁명기에 병사들에게 고문당해 죽은 것을 알게 된다. 그는 결국 중국인에 대한 증오를 극복했다. 파쌍은 저자에게 이렇게 말한다. “30년 만에 처음으로 아침부터 저녁까지 다르마를 실천하며 살고 있다는 느낌을 갖게 됐어요. 아무런 물질적인 부도 가지고 있지 않으며 유혹도 느끼지 않지요. 그것이 내 죽음을 준비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평소에는 막일을 하다가도 축제 기간이면 무용수가 돼 신으로 추앙받는 청년의 이야기도 흥미롭다. 서구세계가 신비주의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인도에 대한 환상과 오해를 최대한 배제했다는 점도 이 책의 미덕이다.

우리에게 인도의 정신문화와 함께 근대화의 혼재 속에 요동치는 인도의 현실도 보여준다. 고통스러운 삶을 겸허하게 받아들이며 초월로 나가는 인도의 구루들과 비교할 때 우리는 얼마나 많은 것들에 연연하며 살고 있는지를 반추하게 한다.

예진수 기자 jinye@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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