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中 경제위기 주범은 ‘저급한 멘털’

문명의 대가 / 제프리 삭스 지음, 김현구 옮김 / 21세기북스
누가 중국경제를 죽이는가 / 랑셴핑 지음, 이지은 옮김 / 다산북스

미국과 중국은 세계경제의 양대 산맥이다. 하지만 미국은 지난 2008년 리먼 브러더스발 금융위기 이후 힘을 잃었고, 이후 세계경제의 구원투수 역할을 하던 중국 역시 기력이 빠진 양상을 보이고 있다. 중국 경제의 경착륙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바오바(保八·최소 연 8%대 성장률 달성) 시대가 막을 내리고 있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미국과 중국의 내로라하는 경제학자들이 각각 미국과 중국 경제의 어두운 이면을 통렬히 비판하며 나아갈 방향을 제시한 책을 출간해 주목을 끌고 있다.

◆문명의 대가 = “미국 경제 위기의 뿌리에는 도덕적 위기가 존재한다. 즉 경제와 경제의 엘리트층 내부에서 시민적 미덕이 쇠퇴한 것이다. 힘 있는 자와 부자들이 사회 전체와 세계에 대해 정직하며 사려 깊고 동정적인 태도를 갖지 않은 채, 사회가 시장과 법률, 선거만으로 이뤄지는 것은 모순이다. (중략) 사회적 책임의 정신을 회복하지 않는다면, 유의미하고도 지속적인 경제 회복은 있을 수 없다.”

미국 경제가 당면한 위기의 배경에 대한 저자의 날 선 분석이다.

저자는 ‘빈곤의 종말’ ‘커먼 웰스’ 등의 저서로 우리에게도 낯익은 제프리 삭스 미 컬럼비아대 교수. 저자는 먼저 미국 경제가 위기에 빠진 원인을 진단한다. 저자에 따르면 미국은 근본적인 해결책은 도외시한 채, 경기 부양적 지출이나 감세와 같은 근시안적 대응으로 일관해 왔다. 1980년 정부 역할의 축소를 강령으로 내걸고 대통령에 당선된 레이건 정부 시절 이래로 ‘큰 정부’의 역할에 대한 불신과 오판은 현재까지 존속되고 있다. 아울러 문화와 인종, 지리, 계급 등 다양한 요소에 의한 사회 내부의 분열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특히 지구화의 도전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던 것은 치명적인 실수로 꼽힌다. 미국은 시장 규제를 완화하고 부자들에 대한 세금을 삭감함으로써 지구화의 힘이 부와 소득의 불평등을 확대하도록 방치하거나 심지어는 부추겼다.

그렇다면 이런 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저자는 개인과 사회의 각성, 즉 ‘깨어 있는 사회’로 향해야 한다고 강조하며 그 ‘각성’을 여덟 가지 차원에서 제시한다. ▲대중소비주의를 피하기 위한 개인적 절제인 자신에 대한 각성 ▲일과 여가 사이에 균형을 잡는 일에 대한 각성 ▲교육적 지식의 함양이라는 지식에 대한 각성 ▲동정과 협력의 실천인 타인에 대한 각성 ▲세계 생태계의 보존이라는 자연에 대한 각성 ▲정치 제도를 통한 집합적 실천을 위한 공유가치와 공적 심의의 함양으로서 정치에 대한 각성 등이다.

책은 단지 미국 경제만을 염두에 두지 않았다. 21세기 자본주의는 경제적 번영과 사회정의, 환경적 지속 가능성이라는, 전 세계 사회들이 추구하는 세 가지 포괄적인 목표를 어떻게 달성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담겨 있다.

◆누가 중국 경제를 죽이는가 = 저자인 랑셴핑(朗咸平) 홍콩 중원(中文)대 석좌교수는 ‘중국 출신 경제학자 중 가장 유력한 노벨상 후보’로 꼽히는 세계적인 경제학자다. 랑 교수는 중국 경제가 당면한 문제를 문화·역사적 관점에서 신랄하게 비판한다. 저자는 중국의 대애주의(大愛主義)와 중화문화 특유의 저속한 특징이 중국 경제를 죽이는 배후라고 주장한다. 중국문화가 대애주의를 표방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론 ‘경박함, 요행심, 경직된 사고방식’이라는 특징을 보이고 있는데, 이는 중국문화의 저주인 데다 중국기업의 문화에도 그대로 이어져 중국 경제를 옥죄고 있다는 분석이다.

랑 교수는 중국인들이 추앙하는 제갈량을 사례로 든다. 제갈량은 추운 겨울에 불 가능성이 거의 없는 동풍의 힘을 빌려 적벽대전에서 대승을 거두었다. 만일 그가 바라던 대로 동풍이 불지 않았다면 수만 명이나 되는 오나라 병사들의 귀중한 목숨은 어떻게 되었을까? 이것이 적벽대전의 전말이다. 저자는 이는 위대한 전투라기보다는 요행심에 기댄 전형적인 ‘저확률 사건’에 불과하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저자는 중국 기업가들의 ‘비이성적인 집착’도 꼬집는다. 탄탄한 사업기반을 갖췄다고 판단되면 세계 500대 기업 명단에 이름을 올리려는 이상한 집착을 보인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하이얼 전자와 함께 중국을 대표하는 전자업체인 TCL은 프랑스의 대표적인 가전업체인 톰슨을 인수했고, 중국의 대표적인 컴퓨터 제조업체인 롄샹(聯想)은 IBM의 PC사업부를 인수했다. 저자는 그러나 “중국을 대표하는 이들의 전략에서 읽히는 것은 꼼꼼한 계획을 바탕으로 차근차근 기업의 실력을 키워 성공을 노리는 것이 아니라 한 번의 ‘베팅’으로 ‘대박’을 꿈꾸는 중국 기업가의 이상 심리”라고 일갈한다.

저자는 이처럼 중화문화의 특성, 중국인의 숨겨진 심리와 콤플렉스, 어리석음 등을 다양한 사례를 들어 흥미롭게 설명한다. 그렇다면 중국의 미래는 암울하기만 할까. 그렇지 않다. 저자는 역사에서 교훈을 얻으라고 충고한다. 4대 상방(商幇)으로 불렸던 진상, 휘상, 호상과 영파방을 포함하는 절상, 광주방과 조주방을 포함하는 월상의 흥망사를 자세히 분석하면 중국 경제가 나아가야 할 길을 찾을 수 있다고 강조한다.

김도연 기자 kdychi@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