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자 책읽기>‘묻어가기’ 조직발전의 毒

생각대로 일하지… / 제리 하비 지음, 이수옥 옮김 / 엘도라도

누구나 다 알고 있으면서도 모른 척 외면하고 있는 문제를 까발리고 있는 책이다. ‘머리는 NO인데 입은 YES라고 말하는’ 습성 말이다. 예컨대 부서 회식 때 모두 적당히 술자리가 끝나길 원하지만 상사가 “한잔 더 해야지?” 하고 바람을 잡으면 거의 2차, 3차로 이어진다. 그리고 결국 대부분의 부원들은 후회한다. 게다가 바람 잡았던 상사가 다음날 아침 벌겋게 충혈된 눈으로 “아, 어제 누가 더 마시자고 그랬어”라고 큰소리라도 치게 되면 더욱 가관이다.

책은, 이 같은 ‘눈치 보기’ ‘묻어가기’가 조직을 망치는 치명적 독약이라고 누누이 강조한다. 조직생활에서 어떤 암묵적 대세가 형성되면 개인은 이 대세를 거스르려고 하지 않는다. 그냥 묻어가는 편이 훨씬 편하다고 여긴다. 그러면서 조직이 자신의 생각과는 다르게 굴러간다고 투덜거린다. 하지만 이 대세가 조직의 흥망이 걸릴 정도로 중요한 문제라면 어떻게 될까. 바로 이런 태도야말로 조직을 파멸시키는 치명적 독약이 되는 것이다. 저자는 현실적인 사례들을 통해 이 문제를 다양하게 보여주면서 이를 방비할 수 있는 구체적인 방안도 제시하고 있다.

김영번 기자 zeroki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