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자 책읽기>‘왕의 그늘’에 가린 왕비의 정치적 운명

조선의 왕비로 살아가기 / 심재우 외 지음 / 돌베개

조선의 왕비는 대부분 왕의 그늘에 가려 있다. 왕비의 궁중생활에 대한 기록도 많지 않다. 절대권력의 중심부에 위치한 왕비는 간택받는 순간부터 정치적 존재이지만 그에 대한 충분한 조명이 이뤄지지 못했다. 영화와 TV역사드라마에서도 흥미를 유발하는 왕실의 인물 정도로 그려져 왔다.

일반인들이 조선의 왕비라면 떠올리는 인물도 중종의 계비로서 아들 명종을 휘둘렀다는 문정왕후, 숙종의 계비로 희빈장씨와 라이벌 관계였던 인현왕후, 그리고 한말 일본 낭인에 의해 시해된 명성황후 정도다. 왕비는 직접 정치에 참여할 기회는 적었지만 결코 정치와 무관할 수 없었다. 외척을 통한 왕비의 정치나 왕위에 오른 아들 손자의 뒤에서 수렴청정을 통해 왕 못지않은 권력을 행사하기도 했다.

한국학중앙연구원 한국학진흥사업단은 왕실문화총서로 왕비의 삶을 집중 조명한 책을 펴냈다. 지난해 펴낸 ‘조선의 왕으로 살아가기’에 이은 두 번째 책이다. 한국사를 전공한 6명과 한문학을 전공한 1명 등 총 7명이 한 분야씩 나눠 맡아 집필했다. 조선시대 왕비의 위상을 시작으로, 왕비의 간택과정 및 왕비를 둘러싼 정치세력 등 왕비의 생활문화와 정치적 성격을 폭넓게 다뤘다.

신세미 기자 ssemi@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