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00년의 과학…‘神의 경지’에 오르다

미래의 물리학 / 미치오 카쿠 지음, 박병철 옮김 / 김영사

소위 ‘테크노피아(Technopia)’를 주장하는 책이다. 즉 과학기술이 인류의 운명을 결정지을 것이며, 인류가 현명하게 선택한다면 금세기 안에 과학기술에 기반을 둔 유토피아가 도래할 것으로 낙관하고 있다. 이론물리학자인 저자는 이 같은 장밋빛 전망을 각 분야에 걸쳐 매우 구체적으로 제시한다. 또한 물리학에 기반을 둔 이론적 뒷받침도 만만찮다. 그 결과, 매우 설득력 있는 ‘미래 전망서’가 나왔다.

우선 저자가 펼쳐 놓는 가까운 미래상을 보자. “2100년이 되면 인간은 과거 한때 두려움과 경배의 대상이었던 신들과 거의 같은 동일한 능력을 갖게 될 것이다. 컴퓨터는 마음으로 물체를 움직이게 하고, 생명공학은 생명을 창조하고 수명을 늘려줄 것이다. 또한 나노기술은 물체의 형상을 마음대로 바꾸게 하고, 무에서 유를 창조해줄 것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바늘 끝만 한 우주탐사선이 우주기지를 건설하고, 우주 엘리베이터가 인간을 순식간에 우주로 데려간다. 인간보다 더 지능이 뛰어난 로봇이 등장하며, 다양한 시술로 노화를 늦출 수 있는 것은 물론, 심지어 세포 수리 과정이 가속화돼 나이를 거꾸로 먹는 것도 가능하다.

이 같은 미래상을 결정적으로 뒷받침하는 것은 ‘상온에서 작동하는 초전도체’의 실현이다. 20세기가 전기의 시대였다면 다가오는 미래는 자기력의 시대라는 것이다. 모든 전기현상의 근원인 전자는 다루기가 쉽기 때문에 우리는 라디오와 TV, 컴퓨터, 레이저, 자기공명영상(MRI) 등 온갖 전자제품의 혜택을 보며 살아왔다. 그러나 자기력의 시대가 되면 자동차가 땅 위에 뜬 채 연료도 없이 시속 수백㎞로 달릴 수 있으며, 사람이나 기차 역시 마찬가지로 공중에서 이동할 수 있다고 저자는 내다본다.

이 책에서 저자는 미래를 세 단계로 나눈다. 현재부터 2030년까지를 ‘가까운 미래’, 2030~2070년을 ‘조금 먼 미래’, 2070~2100년을 ‘먼 미래’로 잡았다. 아울러 각 기간 중 컴퓨터, 인공지능, 의학, 나노테크놀로지, 에너지, 우주여행, 부(富), 인간의 미래 등 8개 분야에 걸친 미래상을 조망하고 있다. 이 책이 유사한 여타 ‘미래 전망서’와 다른 점은 이처럼 시대를 구분하고, 매우 세밀하게 분야별 변화상을 제시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책에서 언급되는 모든 과학기술혁명은 ‘새로운 행성문명의 창조’라는 하나의 키워드로 요약된다. 이는 인류역사상 가장 큰 변화일 것이며, 따라서 현재 살아가는 사람들이 인류역사에서 가장 중요한 시기를 살고 있는 사람들이라고 저자는 강조한다. 한마디로 “우리의 선택에 따라 인류는 궁극적인 목적을 달성할 수도 있고, 혼돈의 나락으로 빠질 수도 있다”는 것이다. 새로운 문명의 단계가 시작된다는 저자의 낙관적인 전망을 따라가다 보면 설핏 ‘정말 그럴까’라는 의구심이 들기도 한다.

다시 말해, 이런 종류의 책들이 갖고 있는 맹점을 이 책도 갖고 있다. 철저히 ‘과학기술 결정론’에 기반을 두고 있다는 점이다. 이런 입장이 한편으로 타당성이 있으면서도 인류의 지난 역사를 돌이켜볼 때 고개를 갸웃거리게 만드는 것도 사실이다. 엄청난 과학기술의 진보에도 불구하고, 인류는 여전히 수천, 수만 년 전의 난제들과 씨름하고 있다. 단순히 노화와 질병, 죽음의 문제만이 아니다. 예컨대 현재 인류는, 생산되는 음식량의 절반을 쓰레기로 버리면서 한편에선 수억 명의 사람들이 기아선상에서 헤매는 시대를 살고 있다. 과학기술의 발전이 사회경제적 진보를 ‘저절로’ 불러오는 것은 아니라는 얘기다.

저자 역시 이 같은 문제점을 염두에 두고 있다. 그래서 ‘동굴 거주자’의 습성을 들먹인다. 즉 인류는 수십만, 수백만 년간의 수렵·채취 시대를 겪었으며, 이 과정에서 갖게 된 동굴 거주자, 곧 원시 인류의 습성을 여전히 버리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현 인류사회 역시 급속한 과학기술의 발전에도 불구하고 이 같은 관습으로 인해 사라져야 할 문명의 잔재들이 여전하다고 저자는 분석한다. 그럼 앞으로는? 저자의 관측이 혜안이 될 것인지 아니면 전혀 엉뚱한 전망이 될 것인지 금세기 안에 결정될 것이라는 예상만큼은 확실해 보인다.

김영번 기자 zeroki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