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자 책읽기>과학의 ‘차가운 현실’ 극복할 열쇠찾기

따뜻한 기술 / 이인식 기획, 염재호 외 지음 / 고즈윈

과학기술의 눈부신 발전과 함께 인류는 막대한 편리와 물질적 풍요를 누리고 있을까. 반만 맞는 이야기다. 한쪽에서는 비만을 걱정하지만 그 반대편에서는 집 안의 수세식 화장실은커녕 공중변소조차 갖지 못한 인류 수백만 명이 설사로 목숨을 잃는다. 불편한 진실에 눈을 뜬 전문가들이 최근 대책을 찾기 시작했다. 기술이 공급자적 시각으로 개발되면서 인간 소외 현상이 일어났다고 보고 패러다임 전환을 요구하는 것이다. 이에 대한 응답이 이 책의 제목이기도 한 ‘따뜻한 기술’이다.

책에는 디자인, 의학, 로봇, 환경 등 다양한 분야에서 최고의 전문가로 활동하고 있는 23인 필자들의 ‘따뜻한 기술’에 관한 시각이 담겨 있다. 시작은 마하트마 간디의 이야기. 대량생산된 영국의 직물을 거부하고 전통적 방식으로 옷을 만들자고 주장한 그는 인간 위에 군림하는 기술을 거부함으로써 ‘따뜻한 기술’의 선구자가 됐다. 이후 책은 이 기술이 담당해야 할 바람직한 방향을 서술한다. 장기간 투병하는 환자들의 스트레스를 줄이기 위해 탄생한 로봇 ‘파로’, 전기가 들어오지 않는 오지에서 자전거를 동력으로 하는 세탁기 등 지속 가능한 미래형 발전의 비전이 이어진다.

이근평 기자 istandby4u@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