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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뉴스와 시각 게재 일자 : 2012년 10월 05일(金)
조급증에 빠진 FX 3차 사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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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우/사회부 차장

김영삼 정부 시절이던 1990년대 초. 국방부는 2020년이 되면 전투기 120대 이상이 부족할 것이라는 상황을 인식하게 된다. 당시 공군이 가동중이던 전투기 F-16과 F-4, F-5로는 북한 공군을 제압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이런 인식 속에서 출발한 것이 1993년 발표된 ‘차세대 전투기(FX)사업’이다. 당초 120대를 구매하려던 FX 사업은 1996년 80대로 축소되고, 국제통화기금(IMF) 사태 이후 규모가 또 줄면서 1차로 40대만 구매했다. 이후 2007년 FX 2차 사업에서 20대를 추가로 들여왔으나 기본 계획에서는 여전히 60대가 부족하다. 이 부족분 60대를 도입하려는 것이 방위사업청의 FX 3차 사업이다. FX 3차 사업은 공군의 F-4, F-5 등을 대체할 전투기 60대를 2016년부터 2020년까지 도입, 실전 배치하게 된다. 총 사업비 8조3000억 원. 1, 2차 총 사업비를 합친 금액보다 더 많은, 단일 사업으로는 창군 이래 최대 규모의 무기 구매사업이다.

1대에 1500억 원이 훌쩍 넘는 전투기 구매 사업은 사업 제안서 제출에서부터 평가와 보고서 작성에 이어 가격, 기술이전, 절충교역 등의 협상과정을 거쳐 최종 기종 확정까지 많은 시간이 걸린다. 실제로 FX 1차 사업의 경우 2000년 6월 제안서 접수를 시작, F-15, 라팔, 유로파이터, 수호이35 등 4개 기종의 제안서 평가에만 6개월이 걸렸다. 이어 1개월 동안 현지평가 목록을 작성한 뒤 또 6개월 동안 시험·군운용적합성·무기 평가 등 현지 평가를 실시하고, 다시 1개월 동안 현지 평가 결과 보고서를 작성했다. 계약조건과 가격, 성능 등 본격적인 협상 준비에만 14개월이 걸린 셈이다. 여기에다 8개월 동안 계약조건 협상 10차례 이상, 가격협상 16차례, 성능 협상 20차례 이상을 실시하고 38차례의 가격 입찰을 진행하면서 2002년 4월 F-15K로 확정될 때까지 무려 22개월이나 걸렸다. 2007년의 FX 2차 사업은 F-15 단일 기종이 참여한 데다 FX 1차 사업 당시 선정된 F-15K의 ‘20대 추가사업’이어서 현지 기종 평가가 없었음에도 4개월이 소요됐다.

하지만 지난 7월5일 제안서 접수를 마감, 3개 기종을 평가해 오는 11월 도입 기종을 결정하는 FX 3차 사업 기간은 단일 기종의 추가 도입에 불과했던 2차사업보다도 더 짧다. 우선 제안서 평가를 12일 만에 해치웠다. 또 지난 8월5일부터 시작한 F-15SE, 유로파이터, F-35A 등 3개 기종에 대한 현지 평가도 오는 20일까지 모두 마칠 계획이다. 이 때문에 현지 평가는 제대로 된 평가 목록조차 없이 진행되고 있는가 하면 각 기종에 대한 평가보고서조차 작성하지 못한 채 미국과 유럽을 오가는 평가가 이뤄지고 있다. 1차 사업 당시 8개월 동안 평가목록 작성과 현지 평가, 그리고 현지 평가 결과 보고서를 꾸며 이를 바탕으로 협상을 시작한 것과 비교하면 3차 사업은 그야말로 번갯불에 콩 볶아 먹기다. 그뿐만 아니라 평가를 하는 동안 한쪽에서는 협상도 진행된다. 하지만 평가 결과가 없다보니 1차에서 8개월 동안 진행된 협상도 이번에는 2개월 2주동안 계약조건 2~3차례, 성능 2~3차례, 가격입찰 1차례, 엔진 2차례, 무장 1차례 등 ‘초간편 협상’뿐이다. 한마디로 FX 3차 사업은 제안서 평가 없이 현지 평가를 진행중이며, 현지 평가 결과 없이 협상을 진행하고 있는 것이다.

8조3000억 원어치의 전투기 60대 도입사업이, 지난 5월10일 제안서를 제출받아 이달 말 기종 선정을 앞둔 1조8384억 원어치의 대형 공격헬기(AHX) 36대 도입사업보다 진행이 더 빠르다. 그래서 방사청이 ‘보이지 않는 무엇인가에 쫓기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방사청은 무엇에 쫓기고 있는 것일까.

hangang@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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