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새 미사일지침 이후>한국, 美에 미사일 통제받는 유일한 나라

한·미 미사일 지침 개정으로 탄도미사일 사거리가 최장 800㎞까지 늘었지만 ‘군사주권’ 훼손 논란은 여전히 꺼지지 않고 있다. 장거리 탄도미사일을 개발·보유한 북한과 같은 적대국을 맞대고 있는 상황에서도 미국의 통제를 받는 국가는 사실상 한국이 유일하기 때문이다. 말이 ‘지침’이지 실제내용은 ‘협정’과 다를 바 없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8일 외교통상부·국방부 등에 따르면 미국이 양자차원에서 미사일 지침을 맺고 있는 나라는 한국 외에도 우크라이나, 아르헨티나, 브라질, 남아프리카공화국 등이다. 미국은 이들 국가에도 우리와 마찬가지로 미사일기술통제체제(MTCR) 가입과 함께 사거리 300㎞, 탄두중량 500㎏ 이상인 탄도미사일 개발을 제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이 중 우크라이나에는 구소련 당시 제조됐던 사거리 1000㎞ 미사일을 계속 배치하도록 허용했다는 데 있다. 형평성 논란이 나오는 이유다. 게다가 우크라이나·브라질 등은 북한과 같은 직접적 위협세력이 없다.

반면 한국은 ‘대포동 2호’ 등과 같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에 핵무기까지 개발·보유한 북한을 맞대고 있다는 점에서 미국의 ‘통제’는 부당하다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국책연구소 관계자도 “미국이 다른 주요 동맹국에는 미사일 지침 같은 게 없다”면서 “지금은 ‘지침’이라는 표현이지만 원래는 이름도 ‘협정’이었고, 이는 사실상 ‘통제’를 의미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미국이 2년여에 걸친 긴 협상끝에 ‘정치적 결단’을 내렸다는 데에는 외교가에서도 상당히 후한 점수를 주는 편이다. 북한의 2009년 4월 장거리 로켓 발사, 같은해 5월 제2차 핵실험 이후 물밑협상을 거쳐 2010년 9월 외교통상부와 미국 국무부 간 협상이 개시됐지만, 미국에서 ‘비확산’파가 득세하면서 결실을 보지 못한 상태였는데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결단’을 내렸다는 것. 미국은 끝까지 사거리 550㎞를 주장했던 것으로 알려졌는데, 미국을 설득하는 과정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2차례나 한·미 정상회담에서 이 문제를 언급하고 지난해 9월 천영우 청와대 외교안보수석 비서관의 미국행이 전기가 됐던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 관계자는 “오바마 대통령이 ‘한국이 원하는 대로 해주라’면서 최종 결론을 냈는데, 이는 한미동맹에 대한 배려와 평소 이 대통령과의 친분관계가 아니었으면 불가능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신보영 기자 boyoung22@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