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은 ‘생각의 스위치’를 꺼보자

생각사용설명서 / 전현수 지음 / 불광

아무 생각 없이 걸어도 문득 머릿속에 무엇인가가 떠오른다. 뇌과학자와 심리학자들의 연구에 따르면 우리는 하루에 평균 약 7만 가지 생각을 한다. 매 1.2초당 한 가지씩 생각이 떠오르는 셈이다. 잠자리에서도 생각은 멈추지 않는다.

책은 생각의 본질을 깊이 있게 분석했다. 생각이 떠오르는 방식, 사라지는 방식, 생각을 다스리는 방법에 달통하려면 우선 본질을 꿰고 있어야 한다. 정신과 전문의인 저자는 “우리는 흔히 생각은 내가 하고 싶으면 하고, 하고 싶지 않으면 안 할 수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너무 뻔할 것 같은 이 말은 거짓”이라고 단언한다. 생각을 ‘나’나 ‘우리’가 하는 것이 아니라면 누가 하는 것일까.

저자는 생각은 과거에 입력된 것을 통해 그냥 떠오르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런데도 우리가 ‘생각을 내가 지어서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우리의 언어습관 때문이다. 데카르트는 “나는 생각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고 했다. 우리가 생각한다고 무의식적으로 배워왔다. 하지만 미국의 심리학자 윌리엄 제임스는 ‘비가 온다(It rains)’ ‘바람이 분다(It winds)’와 같이 ‘생각이 떠오른다(It thinks)’로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우리의 생각을 순간적으로 잘 살펴보면 조건에 따라 비가 오고 바람이 불듯이 조건에 따라 솟아오른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음악을 들으면서 공부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는데 자세히 보면 음악을 듣다가 공부하다가 하는 것을 반복하는 것이다. 소리가 들리면 그곳으로 향하는 것이 귀의 속성이다. 눈도 마찬가지다. 저자는 생각을 포함한 마음의 작용은 매우 빨라서 아무리 통찰력이 뛰어난 사람이라도 자세히 관찰하지 않으면 그대로 알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특히 과거와 미래에 대한 안 좋은 생각은 가장 강력한 힘을 가진다. 이 때문에 꼬리를 물고 또 다른 부정적인 생각을 부르는 악순환이 이어진다. 생각에 대한 무지와 오해 때문에 우리의 마음이 아프다. 저자에 따르면 실패와 우울로 괴로워하는 많은 이들의 공통점은 생각이 많다는 점이다. 현재에 집중하는 능력을 키우면 생각의 굴레에서 해방될 수 있다. 미리 생각하는 것도 멈춰야 한다.

재미있는 생각사용법 하나. 하루 종일 떠오른 생각의 개수를 적는다. 이렇게 하면 무의식적으로 생각에 빠지는 것을 방지할 수 있다.

현재 혹은 순간에 집중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명상이다. 명상을 하면서 현재에 집중하면 마음의 고요함과 안정이 찾아온다. 과거에 있었던 일에 대한 집착과 부담에서 벗어나게 된다. 미래에 대한 걱정이나 불필요한 상상을 줄여서 우리의 마음을 평온하게 한다.

저자의 주장에 따라 생각 스위치를 오프(off)해보자. 이것이 번뇌에서 벗어나는 자양분이 될 수 있다.

예진수 기자 jiny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