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권자가 변했다>박빙 여론조사 ‘홍수’… 네거티브 유혹 커진다

이번 대선에서 이색적인 특징 중 하나는 여론조사 결과가 일일단위로 발표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지난 2007년 대선 국면에서 주간 단위 여론조사가 처음 도입되기는 했지만 일일 여론조사가 시작된 것은 이번 대선이 처음이다. 고정적으로 발표되는 일일 여론조사, 각 언론사 및 여론조사 기관별로 비정기적으로 발표하는 여론조사, 거기에 각종 연구기관의 조사까지 더해지면서 어느 때보다 유권자들은 여론조사 결과에 많이 노출돼 있는 상황이다. 이른바 여론조사 ‘홍수’ 시대다.

그만큼 유권자들은 매일 지지하는 후보의 지지율 변화 추이를 확인할 수 있고 그 결과가 또다시 유권자의 표심에 영향을 미치게 됐다. 전문가들은 시시각각 변하는 여론 흐름상 일일 단위 조사가 필요하다고 평가한다. 하지만 지지율에 민감한 대선판에서 하루가 멀다하고 발표되는 조사 결과로 인해 자칫 과열 경쟁을 부추길 수 있고, 이는 네거티브 캠페인을 부추길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일일단위 여론조사는 2004년 미국 대선을 앞두고 도입됐다. 당시 재임에 도전한 조지 W 부시 공화당 후보와 존 케리 민주당 후보의 맞대결에서 여론조사기관들은 인터넷에 기반한 온라인 커뮤니티 증가, 여러 형태의 뉴미디어 등장 등으로 여론형성이 이전보다 훨씬 빠르게 형성된다는 점에 착안했다. 유권자들의 표심이 변화무쌍하게 표출되면서 일일단위 여론조사 필요성이 제기된 것이다. 이런 흐름을 받아들여 미국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퓨리서치센터, 라스무센, 갤럽 등은 일일 단위 조사를 시작했다.

한국에도 이런 흐름이 이어져 2007년 대선에서 주간 여론조사가 시작됐고 이번 대선에서는 더 발전해 일일 단위 조사가 시작됐다. 현재 아산정책연구원과 리서치앤리서치(R&R), 리얼미터 등이 일일 여론조사를 실시하고 방송을 통해 결과를 발표한다. 한국갤럽의 경우 매주 수요일과 금요일 저녁에 일일 조사 결과가 발표된다.

일일 여론조사를 실시하는 배종찬 R&R 본부장은 16일 문화일보와의 전화통화에서 “한국 유권자 표심이 세대간, 지역간, 이념성향간 구도가 혼재돼 나타나기 때문에 다른 선진국보다 여론 추이가 민감하게 나타나는 경향을 보인다”며 “매일 조사결과를 통해 여론의 추이를 파악하기 시작했단 점에서 대선 후보 결정에 좀 더 이성적인 판단을 돕고, 더 많은 정보를 제공하는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런 긍정적 요인에도 불구하고 부작용도 나타난다. 민주통합당의 한 핵심 관계자는 “여론조사 결과가 너무 자주 발표되다 보니 선거판이 더 혼탁해질 가능성이 높다”면서 “뒤처지는 후보로서는 지지율을 끌어올리기 위해 네거티브 캠페인이라도 시도하고 싶은 유혹을 떨치기 어렵다”고 폐단을 우려했다.

김동하 기자 kdhaha@munhwa.com